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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차세대에 부담 떠넘기기 이제 그만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7 17:21

수정 2019.02.07 17:21

[윤중로] 차세대에 부담 떠넘기기 이제 그만

문재인정부의 다음 세대에 대한 재정·조세·사회보험 등 부담 떠넘기기가 지나치다.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가려는 국민연금 개편, 전기료 부담을 키우는 탈원전정책, 복지 과속,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등이 그것이다. 이들 정책은 당장은 국민의 피부에 와닿지 않지만 이른바 '문재인청구서'라는 이름으로 차기 정부 또는 다음 세대로 그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짙다.

보건복지부는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는 것을 늦추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험료를 현행보다 올리고 연금 수령액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낮추는 내용 등의 4가지 국민연금 개편방안을 마련, 작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보험료 인상 부분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놨다. 덜 내고 더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재정고갈 시점이 점점 당겨지는데 연금을 '덜 내고 더 받는' 마법은 없다. 국민연금 개혁을 차기 정부나 다음 세대로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탈원전 청구서도 대기 중이다. 그동안 80~90%에 달하던 원전 이용률이 70% 아래로 뚝 떨어지며 발전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및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바람에 발전공기업들이 적자의 늪에 빠져든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회사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탈원전에 따른 발전공기업의 적자는 재정이나 전기료 인상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독일은 2000년 탈원전 선언 이후 전기요금이 2배로 올랐다. 그런데도 정부는 탈원전을 해도 2030년까지 전기요금은 10.9% 인상에 그칠 거

라고 장담한다. 나머지 부담은 다음 세대 몫으로 넘어갈 수 있는 대목이다.

포퓰리즘에 기댄 과속 복지로 국민의 4대 사회보험 비용 부담액이 지난해 110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건강보험료 부담액이 50조4000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이른바 문재인케어 여파가 크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다 과속 복지 확대로 조세에 사회보장 부담을 더한 국민부담률이 올해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SOC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도 부담 떠넘기기와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총사업비 24조원에 달하는 23개 지자체 현안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예타 면제가 경제성보다는) 원활하게 균형발전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23개 예타 면제사업 중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된 사업이 11개에 달한다. 7개는 예타를 마치지도 않았고, 4개는 예타 결과 경제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이들 사업은 2029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돼 부담이 미래 세대 몫으로 이어진다.

복지나 SOC는 후방경직성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부담이 대물림된다. 그래서 차세대의 부담을 줄이려면 당장 혜택을 받는 쪽이 더 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여기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모습이다. 정부는 수혜자 부담 원칙에 맞춰 일련의 정책을 손질하기 바란다.
그러려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먼저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디지털뉴스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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