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설악산 산양은 왜 법정에 설 수 없나] (하)‘동물보호 위한 단체소송’..."한국은 아직"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1 10:29

수정 2019.02.11 11:00

-독일 2002년 ‘동물보호’ 명시 개헌 
-독일 개헌 이후 각 주(州) ‘동물 보호 위한 단체소송법’ 도입 
-국내법과 유사한 독일법...개헌부터 필요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설악산 산양이 원고가 되는 ‘자연의 권리 소송’은 해외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논의됐다. 판례법 국가인 미국에서는 자연물이 당사자 능력을 인정받아 원고로서 승소한 사례도 있다. 반면 우리와 같이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 독일은 자연물이 원고가 되는 소송을 인정하지 않지만 동물보호를 위한 단체소송은 허용한다. 전문가들은 독일과 유사한 국내 법체계에서는 개헌을 통해 동물보호 국가 의무를 명시하고 단체소송을 고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독일, 단체소송법 통해 동물 보호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독일은 2002년 기본법(헌법) 제20조a에 '동물을 보호한다'를 명시했다. 동물보호는 더 이상 도덕에 맡겨질 사안이 아닌 헌법상 국가 목적임을 말한 것이다.
반면 국내 헌법에는 동물보호 조항이 없다. 청와대가 지난해 발표한 개헌안 일부 중 ‘동물보호에 대한 국가가 그 정책을 수립하는 조항을 신설했다’는 내용이 담기 등 걸음마 단계다.

독일은 개헌 이후 총 16개주 중 7개주에서 동물보호를 위한 단체소송법이 도입됐다. 헌법이 정한 뜻을 하위법률로 제정하기 위한 취지다. 독일은 동물에게 원고가 돼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을 부여하진 않는다. 대신 정부에 승인된 단체가 동물을 대리해 공익을 보호할 목적으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산양 28마리가 문화재청이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만들도록 허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각하했다. 산양을 대리한 변호인 측은 환경단체 활동가, 산양 연구원을 후견인으로 내세워 원고자격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일 단체 소송을 한국에 대입하면 사정은 다르다. 독일법 역시 산양이 원고가 돼 소송을 제기할 순 없지만 정부가 승인한 환경단체 등은 산양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기존 동물보호법은 사후적 구제에 방점이 찍혔다. 반면 단체소송법은 환경단체가 소를 통해 동물권리를 침해하는 정책에 예방적 효과를 줄 수 있다. 동물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으로 나설 수도 있다.

송동수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독일법상 동물보호를 위한 단체소송’에서 “동물 보호를 위한 단체소송제도가 도입된다면 소제기에 앞서 동물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의견표명의 기회 또한 단체가 부여받게 되어 예방차원의 동물 보호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 명시, 개헌 필요"
전문가들은 동물보호 단체소송 같은 독일 사례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서 우선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법률은 헌법의 뜻을 받들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최희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물보호 국가의무를 헌법에 명시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동물보호를 헌법적 권리주체로 인정하는 일부 주장은 지나치지만 헌법차원에서 국가가 동물보호 의무를 선언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 후 독일과 같은 동물보호를 위한 단체소송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이 제정될 수 있다”며 “일정 제한된 단체들이 동물 보호업무 위반을 주장하면서 소송을 통해 활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