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유 장관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쏘기까지 결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 누가 뭐라할 수 없는 치적이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유 장관 이후 차기 장관이 5G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펼쳐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정부의 ICT 정책은 장관의 리더십에 따라 부침이 컸던 게 사실이다. 예컨데,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재임시절 'IT839'라는 신성장 혁신 정책을 의욕적으로 펼쳤다. 그러나 진 장관이 정통부를 떠나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 IT839는 점점 흐지부지됐다. 특히 IT839의 핵심 이동통신 정책중 하나가 '와이브로(한국형 휴대인터넷표준)'였다. 와이브로는 진 장관이 퇴장한 후 동력을 잃어 유명무실해지다가 지난해 서비스가 중단됐다. 5G가 와이브로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이통 3사는 요금인하의 압박 속에서도 5G에 20조~30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5G가 실패시 손실은 막대할 수 있다.
시야를 해외로 돌려보면, 세계 각국은 5G에 ICT산업의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5G 주도권을 잃고 도태될 수 있다. 오는 25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막되는 세계최대 모바일 박람회인 'MWC 2019'에서도 5G가 핵심 화두로 예상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엉뚱한 얘기지만 MWC가 매년 열리는 바로셀로나에서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유명하다. 지난 1883년 가우디가 설계해 건축중인 세계적인 명소다. 이 성당은 수려함과 웅장함 보다 130년 이상 짓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30년만 지나도 재건축을 논하는 우리의 현실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의 이동통신 정책도 파밀리아 성당처럼 장기간 책임자가 바뀌어도 일관성을 유지하길 바란다. 씨앗을 먼저 뿌리는 '근면한 농부' 만큼이나 꾸준히 물을 줘서 열매를 맺게 하는 '일관된 농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이치를 잊지말아야한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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