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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파밀리아 성당과 5G정책 일관성

[윤중로] 파밀리아 성당과 5G정책 일관성

정부 장관급 개각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이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개각이 유력해지는 분위기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데 따른 개각이란 관측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도 개각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경우 당 복귀를 통해 총선에 출마하는 수순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개각 대상 장관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중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포함됐다. 정치인 출신인 유 장관은 '2020년 총선' 전에 정치권으로 돌아간 후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란 루머가 나돌고 있다. 통상적으로 장관 임기가 길어야 2∼3년이라는 전례를 감안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벌써부터 유 장관이 '5G 장관'이라는 치적을 발판으로 총선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널리 퍼져 있다. 유 장관 본인도 '5G 장관'을 자처하면서 총선에 대한 '야심'을 감추지 않아 왔다.

유 장관은 얼마전 "훗날 '오지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대한민국에 5G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한 사람, 대중에게 과학기술을 알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오지'를 찾아다녔던 사람이라고 생각해주면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5G는 단순히 차세대 이동통신을 넘어 ICT 산업 전반의 판을 바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만큼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오는 2030년 5G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47조8000억원에 이른다.

어쨌든 유 장관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쏘기까지 결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치적이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유 장관 이후 차기 장관이 5G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펼쳐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정부의 ICT 정책은 장관의 리더십에 따라 부침이 컸던 게 사실이다.

예컨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재임시절 'IT839'라는 신성장 혁신정책을 의욕적으로 펼쳤다. 그러나 진 장관이 정통부를 떠나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 IT839는 점점 흐지부지됐다. 특히 IT839의 핵심 이동통신 정책 중 하나가 '와이브로(한국형 휴대인터넷표준)'였다. 와이브로는 진 장관이 퇴장한 후 동력을 잃어 유명무실해지다가 지난해 서비스가 중단됐다. 5G가 와이브로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이통 3사는 요금인하의 압박 속에서도 5G에 20조~30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5G가 실패 시 손실은 막대할 수 있다.

시야를 해외로 돌려보면, 세계 각국은 5G에 ICT 산업의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5G 주도권을 잃고 도태될 수 있다. 오는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되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인 'MWC 2019'에서도 5G가 핵심 화두로 예상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엉뚱한 얘기지만 MWC가 매년 열리는 바르셀로나에서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유명하다. 지난 1883년 가우디가 설계해 건축 중인 세계적인 명소다. 이 성당은 수려함과 웅장함보다 130년 이상 짓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30년만 지나도 재건축을 논하는 우리의 현실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의 이동통신 정책도 파밀리아 성당처럼 장기간 책임자가 바뀌어도 일관성을 유지하길 바란다. 씨앗을 먼저 뿌리는 '근면한 농부'만큼이나 꾸준히 물을 줘서 열매를 맺게 하는 '일관된 농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이치를 잊지말아야 한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정보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