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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규제 샌드박스, 기업 혁신의 요람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4 17:08

수정 2019.02.24 17:08

[차관칼럼] 규제 샌드박스, 기업 혁신의 요람

혁신씨는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얼리 어답터이다. 담당 의사로부터 '증세가 호전됐으니 가까운 의원에서 진료를 받아도 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지난달부터 심전도 측정을 위해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 덕분이라고 안도한다. 출근길, 혁신씨는 미세먼지를 정화한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수소차 운전대를 잡는다. 빌딩 숲 사이의 충전소에서 연료를 채우는 것도 잊지 않는다. 퇴근 무렵엔 지방세 납부고지서 알림톡이 스마트폰을 울린다.


지난 11일과 14일 승인된 규제 샌드박스가 실제 생활에 적용된 상상이다. 정부는 기존 규제체계가 신기술과 신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규제에 막혀 시도조차 못했던 혁신적인 신제품·신서비스를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선(先)허용, 후(後)규제' 방식의 실증특례, 국내외에서 검증된 사업의 신속한 시장 출시를 돕는 '선 임시허가, 후 정식허가' 방식 등 임시허가로 구성된다. 혹시 모를 국민의 생명·안전·건강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사전 안전장치와 사후관리 방안도 마련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 소비자,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다. 청년들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가라앉았던 기업가 정신은 살아나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혁신적 제품·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이 확대되고, 비용은 절감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정부도 혜택 주체 중 하나다. 신제품·신서비스 등장이 부작용과 우려를 검증해 더욱 정교하고 안전한 정책 설계가 가능하다.

우리 경제의 활력과 미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과제로서 규제혁신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샌드박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기업에 '신청-심의-실증-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밀착지원한다. 시제품 제작, 시험·검증, 책임보험료 등 재정지원 역시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근본적 규제 혁파로 이어지도록 사후관리를 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샌드박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장 주체인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의 충실한 지원자 역할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혁신적 시도를 하고 강한 경쟁력으로 규모를 키워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앞으로 규제 샌드박스 적용사례가 많아지면 신청 후 심의기간이 더 단축되고, 국민의 체감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규제체계 자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공감대 또한 확산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선 기득권과 충돌, 가치 간의 상충 등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 때 닐 암스트롱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했다.
'웨어러블 심전도계를 활용한 환자 모니터링'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공공기관 모바일 고지' 등의 규제 샌드박스가 우리 경제의 '위대한 재도약'을 향해 내딛는 '의미 있는 걸음'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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