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인터넷은행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5 17:31

수정 2019.02.25 22:00

[기자수첩] 인터넷은행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

"제3, 제4의 인터넷은행이 나온다 해도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인데 큰 의미가 있을까요?"

오는 3월 기업들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한 금융권 관계자가 '인터넷 은행 회의론'을 언급하며 꺼낸 말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금융이 결합해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리, 실제 인터넷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출범한 인터넷은행들의 행보를 보면 이 회의론에 선뜻 수긍이 간다. 현재 국내에 출범한 인터넷은행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다. 언뜻 보면 두 은행과 시중은행들의 업무는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두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영업'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대출 업무 분야조차 제약이 많다.


주택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에서는 고객들이 영업점 대출창구를 찾아 주담대 상담을 받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은행은 해당 주택에 대한 실사조사 등을 거쳐 최종 대출금을 결정한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경우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상담이나 조사 등이 필요한 업무는 진행할 수 없다. 인터넷은행이 예금·송금업에만 치중하게 된 이유다. 두 인터넷은행이 주담대 등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이지만, 출시 계획은 불투명하다. 인터넷은행들이 비대면 영업 한계 등을 극복하지 않는 한 더이상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가 그려진 체크카드를 발급해 1년 만에 700여만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하지만 더이상 캐릭터만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따른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뒤늦게 참여를 결정한 것도 인터넷은행의 한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기업들 사이에서 '계륵'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뒤늦게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결정한 시중은행들도 이미 인터넷은행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갖고 있어, 인터넷은행 출범에 따른 기대치는 낮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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