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코리아 판타지' 논란

남양주시가 삼일절 100주년 기념음악회의 연주 곡목을 갑자기 바꾸는 소동을 벌였다. '100년의 함성'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27일 공연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기로 했던 안익태의 '코리아 판타지'를 빼고 그 대신 한국 가곡을 연주했다. 같은 날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열린 천안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도 곡 선정이 부적절하다는 일부 지적에 따라 '코리아 판타지'가 연주되지 않았다. 최근 불거진 안익태 친일 이슈가 워낙 커서 급히 프로그램을 변경했다는 것이 두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익태 친일 논란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일왕 찬양곡으로 알려진 '에텐라쿠'와 '만주국 환상곡' 등을 작곡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일인명사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여기에는 작곡가 현제명·홍난파, 무용가 최승희 등 음악·무용계 인사 43명의 이름이 함께 올랐다. 그런데 이번에 만주국 창건 1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안익태가 직접 지휘하는 동영상이 새로 발굴되면서 일이 커졌다. 게다가 안익태를 후원했던 일본인 외교관 에하라 고이치가 일제의 고급 첩보원이었다는 미국 정보기관 비밀문서까지 공개되면서 잠잠했던 친일 논란에 불을 질렀다.

이번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성한 애국가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를 국가(國歌)로 인정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광주에서 열린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는 애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이번 논란 때문에 애국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익태 친일 논란에 따른 애국가 교체에 대해 58.8%가 '그럴 필요 없다'는 대답을 내놨다. 애국가 교체 찬성 의견(24.4%)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리얼미터는 "애국가가 온 국민에게 이미 익숙할 뿐 아니라 (이번 논란이) 아직 명백하게 입증된 사실도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신중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