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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절세, 탈세 그리고 세금무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2 16:32

수정 2019.03.12 16:32

[여의나루] 절세, 탈세 그리고 세금무덤

현대 복지국가에서 복지재정에 기여하는 고액 세금 납부자가 가장 존경해야 할 애국자다. 3월 3일은 정부가 정한 '납세자의 날'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나라가 대납세자(소수의 대법인, 고소득 근로자, 재력가 등)가 전체 세금의 70~90%를 납부한다.

최근 정부의 급격한 복지지출 확대, 지자체의 무상복지와 현금 살포 등 가파른 지출확대로 2~3년 후부터 우리 국민의 세금부담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도 단독주택과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국민들의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의 증가가 예상된다. 세금 증가만큼 퇴직자, 고령자 등은 생활비와 소비지출을 줄일 것이다.


납세자들은 심리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세금인상을 당하면 여러 방식으로 반응한다.

첫째, 합법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절세방안'을 강구한다.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전문가의 조력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대기업, 중견기업들은 세율이 낮은 외국으로 공장이전, 외국기업은 한국 투자 기피 등으로 대응한다. 부자들은 세금부담이 높은 국내에서 소비규모 축소, 사전상속, 보유재산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으로 대응한다.

둘째, 감내가 곤란한 높은 세율은 소득신고 누락 등 탈세행위와 분식회계 등 범법행위 유혹을 더 크게 만든다. 세금부담이 크게 증가하면 시위, 집단행동 등 조세저항이 발생한다. 얼마 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랑조끼 시위대, 최근 근로자 신용카드공제 축소의 반대여론을 보면 세금인상이 얼마나 예민한지의 사례들이다.

우리는 복지재정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대납세자의 공헌에 대해 감사와 일부 일탈행위 (가족의 갑질, 탈세 등)의 사회적 비판 사이의 구별과 공칠과삼(功七過三)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가 성실한 납세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나라 살림을 효율적으로 운용, 낭비를 줄여서 추가적인 세금인상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경제성 없는 사업에 지출되는 예산과 세금이 사장되는 '세금무덤' 사업을 줄여서 납세자의 세금인상을 줄여야 한다. 현재 많은 선출직 공직자가 본인의 다음선거, 지지층의 이념성 등을 위해 경제성 없는 사업에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세금무덤'의 전형적 유형이다. 세금무덤의 가장 일반적인 부작용은 '매몰비용'(sunk cost)의 함정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사업이 다음 정부에서 백지화하거나 타당성이 없는 사업으로 결정된 경우 그동안 투자된 세금은 사장 또는 매몰되어 세금무덤에 빠진다.

이미 투자된 거액의 매몰비용 때문에 전국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혼란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사례를 살펴보자. 탈원전 정책으로 고리원자력발전소의 건설 중단은 이미 투입된 8000억원의 낭비, 향후 전기요금 인상,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한국전력의 자산가치 하락 등 거액의 매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4대강 수자원 관리를 위해 건설된 공주보 등의 철거도 이미 투입된 수천억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올해 지역균형을 위해 30조원의 신규 SOC사업을 경제성 검토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다. 총론으로 지역균형의 명분이 좋아도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경제성이 없는 도로 등의 신설은 거액의 세금이 매몰되는 세금무덤의 대표적 유형이다.


미국에서 한때 보수 중산층들이 중심이 된 티파티(Tea party)운동이 크게 활동했다. 정부의 과도한 복지확대와 세금증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작은 정부 운영, 효율적 예산사용을 요구했다.
당시 티파티운동 지지자들이 하원의원으로 많이 당선되었는데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前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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