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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출산율 ‘0명대’ 사회의 미래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7 17:24

수정 2019.04.07 17:24

[윤중로] 출산율 ‘0명대’ 사회의 미래

매일 아침 사람에 떠밀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최근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2017~2067' 결과는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인구추계 내용을 살펴야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내 삶과 직결되는 문제여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대에는 연평균 33만명, 2030년대에는 연평균 52만명이 감소한다. 2017년 3757만명이었던 생산가능인구가 50년 후인 2067년에는 47.5%인 1784만명으로 줄어든다.
전망은 틀리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특별'이란 단어를 동원할 정도로 비정상적이면서, 심각하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고령인구 비중 증가와 연결된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고, 고용·복지·재정 등 부담은 급증한다. 일본도 생산가능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20, 30대 젊은이들은 복지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금액도 늘어난다. 40, 50대는 초고령사회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미흡한 사회안전망의 피해를 볼 수 있다. 얼마 되지 않는 국민연금으로 생활이 어려워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이 바로 통계를 외면한 자신이 될 수 있다.

충격적 추계는 또 있다. 합계출산율 0명대가 당분간 지속된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다. 인구유지 마지노선은 2.1명이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까지 떨어졌다. 2021년 0.86명까지 하락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동시 진행된다는 강한 경고 메시지가 특별추계에 들어있다. 경제활동인구 부족에 따른 국가재정 위축 속에 노인복지비용 증가 등을 동반하면서 국가와 사회는 가늠하기 힘든 충격을 받는다. 인구정책을 확 바꿔야 한다. 합계출산율 '1명 이하'에는 한국 사회의 복합적, 구조적, 문화적 난맥상이 얽혀 있다. 청년세대의 낮은 취업률,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여성의 경력단절 등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이 숫자화된 것이다.

현금지원 등을 통해 출산을 유도하는 기존 정책으론 안된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30년 전 '인구폭발'을 해결하기 위한 가족계획 성공의 틀 안에서 실적 위주 정책을 펴 왔다. '예산 퍼붓기식' 출산육성대책이다. 2006년 이래 재정투입액이 150조원을 넘어섰지만 합계출산율은 0명대까지 추락했다. 되레 가속화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선거 때 표 때문에 미적미적했던 노인연령기준 상향 조정 등도 서둘러야 한다. 연금지급 등 중장기 국가재정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에 대비한 방책이다.

국민의 인식은 개인과 가족 중심으로 바뀌었다. 시대 변화를 반영할 만큼 세련된 정책이 나와야 한다.
단순히 지원을 해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게 아니라 개인 삶 중심의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청년의 안정적 삶이 가능해져야 출산율이 높아진다.
출산율을 높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출산이 저절로 이뤄지게 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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