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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대한민국 해운재건 1년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8 16:58

수정 2019.04.28 16:58

[차관칼럼] 대한민국 해운재건 1년

2017년 2월, 세계 7위의 국적선사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수출입 화물의 99% 이상을 해상으로 운송하는 우리나라이기에 국내 최대 해운선사의 파산은 큰 충격이었다. 이로 인해 해운산업 매출액이 10조원 이상 감소하는 등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해운산업의 위상은 크게 흔들렸다.

한진해운의 공백이라는 큰 위기 속에 160개 넘는 국적 선사들은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국적 선사들은 한국해운연합이라는 자발적 연합체를 만들어 적자항로 조정과 선사 간 사업통합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정부는 긴급히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간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정책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바로 지난해 4월 발표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인데, 이는 해운산업 재건을 넘어 조선 및 수출산업과 상생하기 위한 범정부 종합계획이다. 이 계획은 경쟁력 있는 서비스와 운임에 기반한 안정적인 화물 확보, 저비용·고효율 선박 확충, 지속적인 해운혁신을 통한 경영안정이라는 3대 추진방향을 설정하고 해운산업 전담지원 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등 시급한 과제들을 포함시켰다.

이제 5개년 계획의 첫 1년이 지났다. 계획은 제대로 진행됐는지, 조금이라도 더 개선될 부분은 없는지, 혹시나 잘못된 방향은 없는지 성적표를 받아보는 수험생의 마음으로 지난 1년을 돌아보았다. 아직까지 갈 길은 멀지만 다행히도 긍정적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국적 선사들의 화물 운송량이 증가하고 있다. 재건계획의 첫 단추는 40%대에 그치고 있는 국적선사의 수출입 컨테이너물량 확보를 늘려 영업여건을 개선하는 것이었는데, 지난해 국적선사의 컨테이너 수출입화물 운송량은 전년보다 4.2% 늘었다. 수출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무역협회가 해운업계에 손을 내밀며 해운과 수출업계 간의 상생 협력이 시작된 덕분이었다.

둘째, 선사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선박 확충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중소 선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노후 선박을 저비용·고효율 선박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지원 사업을 시행한 결과 작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99척의 선박이 새로 발주됐다. 이 중에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서 해운산업의 미래 핵심자산으로 기대되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도 포함돼 있다.

셋째, 선사들의 경영여건이 다소 개선되면서 2015년 39조원에서 2016년 29조원까지 떨어졌던 전체 매출액이 2018년 34조원까지 회복됐다. 경영안정을 위해 선사가 보유한 선박을 매입한 뒤 다시 선사에 빌려주는 '매입 후 재대선(S&LB)'을 통해 중소선사 11척 등 1044억원의 자금지원도 이뤄졌다. 선사들의 자발적 구조개선 노력도 지속돼 연근해 컨테이너선사 2위와 3위인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부문 통합법인이 올해 10월 출범할 예정이다.

이처럼 해운재건 지난 1년의 성과를 돌아보면 우리 해운산업이 한진해운 파산이라는 위기에서 반전하고 다시 힘차게 도약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원양컨테이너 선복량은 아직도 2015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새로 발주한 선박이 늘어나는 만큼 화물도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선사와 화주 간 상생협력을 제도적으로 공고히 하고, 선사의 영업력과 물류망을 더욱 확대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잡은 반등의 계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정부와 해운업계 모두가 다시 한 번 굳은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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