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바이오 붐,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7 17:06

수정 2019.05.07 17:06

[특별기고] 바이오 붐,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지난 2005년 황우석발(發) 줄기세포로 온 나라가 열광하고 있을 때 주식시장은 과도한 기대와 투자로 응답했다. 이때 바이오 버블에 힘입어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기업도 생겨났고, 바이오기업의 우회상장도 유행했다. 그러나 황우석 스캔들로 바이오 버블이 꺼지자 바이오제약 주식은 추락했고 관련 자금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 후 10년은 바이오기업들에 참혹하고 고된 시기였다. 바이오기업들은 숨죽이며 다시 기회가 올 때까지 바짝 엎드려 본업과는 다른 사업과 정부자금으로 연명하면서 버텨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매년 변화하는 바이오정책 방향과 달리 바이오 분야 투자확대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2015년 한미약품 대규모 기술라이선싱을 기점으로 바이오산업은 다시 한 번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2017년 바이오 분야 창업은 최고조에 달하고, 2018년에는 벤처캐피털 투자규모도 정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바이오붐이 2005년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과열에 대한 우려도 보이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시장가치가 선진국 대비 3배 수준이다 보니 국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해외 바이오기업도 줄을 잇는다. 정부자금이 넘쳐나 창업도 쉬워졌고, 국내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민간자금은 해외까지 넘보고 있다.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의지도 당분간 현재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몇 년 후 바이오붐이 꺼지게 된다면 바이오기업들은 예전만큼은 아닐지라도 다시 한번 어려운 시기를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시기는 옥석을 가리는 역할도 하지만 유망기술이 헐값에 팔리거나 과실이 익기도 전에 떨어지는 안타까운 시기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바이오붐 덕분에 투자를 받아 대학과 연구소에서 나와 창업했지만 미국과 달리 기업생존에 막중한 책임을 지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정부정책도 창업지원에 비해 창업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지원은 부족하다. 창업기업들은 대부분 기업공개(IPO)를 1차 목표로 하지만 어려운 시기의 모험자본의 투자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기업공개라는 관문을 통과한 이후도 험난한 건 마찬가지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롤모델이자 타미플루로 유명한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1992년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15년이 지난 2007년에서야 흑자로 전환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된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비슷한 경로를 거친다고 가정한다면 앞으로도 최소 10년 이상 인내를 감수해야 한다.

현재 유망 바이오기업 상당수도 2005년 바이오버블 당시 세상에 나왔다.
이 사실을 고려한다면 지속가능한 인내자본과 예측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정부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울러 기존 창업중심 정책 틀에서 벗어나 창업기업 성장을 위한 장기적 안목의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향후 정부정책의 핵심역할은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고 민간이 주도하되 위험을 장기간 감수할 수 있도록 위험을 분담해주는 데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지금 바이오 성과는 최소 10년 전 과거 투자의 과실이며, 지금 바이오붐은 최소 10년 후 미래 과실의 씨앗임을 기억하고 인내하자.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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