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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文 대통령 지지율의 양면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3 17:26

수정 2019.05.13 17:26

[여의도에서] 文 대통령 지지율의 양면

지난 10일 취임 2주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크게 회자되고 있다. 70%대를 기록했던 취임 1주년 때와 비교하면 비록 크게 하락했지만 40%대 후반을 몇 개월째 유지하고 있어서다. 수치상으로는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역대 취임 2주년 즈음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은 2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사태와 연인원 1000만명이 참여한 촛불혁명 위에 세워진 정부라는 태생적 이유를 감안하면 지지율 현상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도 하다.

하지만 과연 문재인정부의 지난 2년에 대한 평가를 오롯이 반영하고 있는지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경제상황을 비롯해 인사문제, 기대가 컸던 대북문제 해결 등 문재인정부가 지난 2년간 만들어온 성과에 대한 평가는 예상만큼 긍정적이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이 진정한 의미의 국정 평가인지는 분명 곱씹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과 '한몸'이라고 할 수 있는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추월 직전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진보와 보수로 대표되는 진영 논리, 즉 '상대편에 대한 거부심리'의 표출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실제 요즘 여론조사업체에는 십수년 만에 조사 결과에 대한 항의전화가 다시 걸려온다고 한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에서 지지율에 대한 불만을 격렬하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관계자의 입을 빌리자면 "진영 간의 대결 양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 지금의 대결 양상은 과거 지역 대결 못지않다"고 한다. 진영 간 극명한 대립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가 국정지지도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되지만 이쯤 되면 지금의 현상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진 않을까 싶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은 집권 3년차 국정운영에 조언을 구하겠다며 청와대로 사회 원로 12분을 초청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을 당부했다. 한 참석자는 "요즘 뉴스를 보지 않고 정치에 혐오를 느끼는 분이 많은 것 같다. 이는 국가적 불행이다. 모든 이슈에서 진보와 보수 두 갈래로 갈라져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어떻게 분열에서 통합으로 이끌지'다. 결국 우리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제가 힘들고, 외교·안보 이슈가 다시 악화되는 상황임에도 왜 '국민 통합'에 대한 고언을 쏟아냈는지 곰곰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5월 10일, 장소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던 국회 로텐더홀.

문 대통령은 역사에 기록될 취임사에서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감히 약속드린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열린 특별대담. 문 대통령은 2년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얼마나 기대에 부응했나 모르겠다. 많은 성과가 있지만 아쉽고 보완할 부분도 많다"고 답한 뒤 "앞으로 그점에 집중해서 국민들이 바라는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2년 전의 약속, 2년 후의 다짐 모두 특정 진영의 국민이 아닌 대한민국 모든 국민과의 약속이고, 모든 국민에 대한 다짐이길 바라본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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