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물가' 반등엔 호재지만…상품가격 급등땐 내수 위축
미·중 무역갈등 고조로 국내 자본시장이 충격을 받으면서 환율이 급등(원화 약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0%대에 머물러 있는 물가상승률도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저물가로 고민이 컸던 상황에서 물가 반등은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수요측 요인이 아닌 공급측 압력으로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경기는 부진한데 환율 등으로 상품 가격만 오르면 소비가 위축돼 내수경기에는 부정적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계약통화를 기준으로 지난달 수입물가지수(2015년 100)를 보면 전년동월 대비 0.4% 하락했다. 반대로 원화 기준으로는 5.3% 올랐다. 해외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는 전년동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졌는데 원화 가치가 하락하다보니 환율효과로 해외에서 더 비싸게 수입하게 됐다는 의미다. 월평균 환율은 지난 3월 달러당 1130.72원이었지만 4월에는 1140.95원으로 0.9% 상승한 바 있다.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공급측 요인에 의해 국내 생산자물가도 오름세다. 지난달까지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3개월 연속 올랐고, 전년동월 대비로는 30개월 연속 상승 흐름이다. 수입·생산자 물가가 올라가면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상승 압력이 된다. 특히 이달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만큼 환율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올 들어 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물가상승률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물가상승 압력은 긍정적 부분도 있다. 문제는 미·중 무역갈등발 원화약세나 유가 인상 등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은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내수경기 악화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개선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일 경우 이는 소비자가 수용 가능해 경기개선 흐름을 지지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공급측 요인에 의해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는 소비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이 경우 내수경기에는 하방압력이 된다.
더구나 올해 수출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갈등 격화까지 겹치면서 대외부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올해의 경우 성장을 위해서 민간소비 등 내수개선이 필수적이고, 내수마저 부진하면 경기부진은 더 심화될 수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환율이나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상승해서 소비를 위축시키는 경로로 영향을 준다. 물가가 출렁이면 불안감으로 인해서 소비는 위축될 것"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