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처리를 주도한 손학규 대표는 여야가 지난해 12월 의원 정수 확대안에 합의한 만큼 필요성을 밝혀왔다.
하지만 바른정당계는 의원정수 확대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의원 정수를 확대하지 않는 안건을 당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하자고 맞불을 놓았다.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가 향후 패스트트랙 처리의 키를 쥔 상황에서 이번 내홍이 패스트트랙 법안에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패스트트랙의 향후 처리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 정수 확대를 막는 안건을 최고위에서 의결 안건으로 상정을 요구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하자 이에 대응해 내놓은 조치로 풀이된다.
하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를 더 늘리자는 것은 국민을 또 한번 기만하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 역시 의원정수 300명을 전제하고 된 것이다. 그게 어렵다면 폐기하면 된다"고 했다.
앞서 손학규 대표가 지난 15일 "지역구를 그대로 두고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의원 정수 확대 방안을 천명했지만 이 역시 일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손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호남계와 패스트트랙에 반대 입장인 바른정당계가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 추진의 한 축이었던 바른미래당 내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 '패스트트랙 정국'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 간 공조도 무너지는 양상이다.
특히 패스트트랙에 반대했던 오신환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 사령탑을 거머쥐면서 당내 입장이 패스트트랙 반대쪽으로 기울어 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패스트트랙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한국당과 연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내달 종료를 앞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기간 연장 문제를 놓고 두 당이 거부 입장을 명확히 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패스트트랙 법안 내용을 문제 삼는 오 원내대표와 패스트트랙 철회를 주장하는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두 특위 폐지 안을 민주당에 요구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개특위와 정개특위가 폐지될 경우 선거법은 행정안전위원회로,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각각 이관되는 만큼 패스트트랙 논의는 다시 한번 수(數)적 대결 양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개특위 위원장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앞장 서 이끈 정의당 심상정 의원임을 고려하면 상임위 이관으로 볼수 있는 효과가 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오 원내대표 입장에선 패스트트랙에 대한 당내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한 선결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안철수계 의원들이 과거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표를 던진 만큼 패스트트랙을 무작정 반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대표와 김관영 전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개특위 위원을 강제 사보임(교체)하는 등 안철수계 의원들의 신임을 잃게 된 만큼 이들 의원의 입장도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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