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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상생의 시대, 필요한 것은 속도

[윤중로]상생의 시대, 필요한 것은 속도

'상생(相生)의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나'보다는 '우리', '이윤'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나 홀로 잘살겠다는 경제주체는 이전 '갑질'을 한 경제주체만큼 질타를 받고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상생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다. 멀리 아프리카의 격언인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도 많은 사람이 알 정도다.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한 이 단어는 경제용어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상생 분위기는 더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부터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중소기업 중심 경제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청'으로 머물던 중소기업 정책타워를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2010년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도 국내 100대 기업의 동반성장 활동을 평가하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경영평가에 반영, 착한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포스코그룹은 벤처기업 창업부터 육성, 사업화까지 모든 성장 과정을 돕기 위해 1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또 두산은 3년간 총 400억원 규모로 동반성장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생에 대한 분위기는 수치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62건이던 공정위 소관법률 위반건수가 2015년에는 123건으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82건으로 줄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는 30건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37건으로 조사됐다. 5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의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거래처가 동반성장 노력을 잘하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7%에 불과했다. 또 일부이기는 하지만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우수, 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들도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대기업 협력 중소제조업체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새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와 상생협력에 대한 인식은 확산됐다(39%)'고 답하면서도 '실제 변화는 없다(68%)'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다. 상생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하더라도 이제 초입에 불과하다.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제법 평평한 운동장이 돼 가는 것 같다. 상생이 더해진다면 중소기업들은 더 빠르게 운동장을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중기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잘사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의 자발적인 상생협력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상생협력은 경제구조를 바꾸는 첫걸음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본격적인 상생의 시대를 만들기 위한 박 장관의 빠른 행보가 기대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