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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4차 산업혁명과 교통·물류 인프라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7 17:40

수정 2019.05.27 17:40

[fn논단] 4차 산업혁명과 교통·물류 인프라

최근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지역이라는 선전을 다녀왔다. 미국과 무역분쟁 한가운데에 있는 화웨이의 R&D센터, 중국 최대 온라인 서비스 업체인 텐센트, 세계 최대 일반상업용 드론 제조사인 DJI 등을 방문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선전에는 이런 첨단 기술기업이 많다. 그런데 우리 정부나 기업은 중국의 첨단 기술기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교통·물류 인프라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 2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웨강아오다완취 발전계획 요강'을 보자. '웨강아오다완취'의 '웨'는 선전이 위치한 광둥성, '강'은 홍콩, '아오'는 마카오, '다완취'는 대규모 연안지역을 의미한다. 중국은 2022년까지 이들 지역을 세계 일류 도시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2035년까지 도시 간 연계를 심화시켜 첨단 기술력을 갖춘 도시군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선전을 비롯한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연안지역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나 뉴욕만, 일본의 도쿄만 같은 수준의 경제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교통·물류 인프라에도 향후 약 2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이미 '웨강아오다윈취' 지역에서는 대규모 교통·물류 인프라가 개통됐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8월에 개통된 광선강(광저우~선전~홍콩) 고속철도다. 이를 통해 광저우 남부에서 홍콩까지 47분, 선전의 중심상업지구에서 홍콩까지 14분이면 갈 수 있다. 작년 10월에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연결하는 총 길이 55㎞에 달하는 '강주아오 대교'가 개통됐다. 개통 후 올해 4월 말까지 6개월간 이용객 수가 무려 800만명이라고 한다. 이제 이들 지역은 교통·물류 인프라 덕택에 육로로 1시간 생활권이 됐다. 사람, 자본, 물자의 이동은 향후 경제성장에 따라 더욱 늘어날 것이다. 작년에 이들 지역의 지역총생산(GRDP) 규모는 1조5000억달러로 우리나라 수준이었다. 2030년에는 4조6000억달러로 3배나 성장할 전망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나 인공지능(AI) 같은 기술 중심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는 '초연결'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인터넷을 통한 연결만이 아니라 현실세계의 연결도 중요하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품과 서비스 이동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통·물류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공간과 공간,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선전의 첨단 기술기업과 R&D 인프라, 광둥성의 고효율 제조 인프라, 홍콩·마카오의 금융 인프라를 연결해 주는 것이 교통·물류 인프라다.

우리 정부의 3기 신도시 계획에는 교통인프라 계획도 포함됐다. 1기와 2기 신도시 주민들의 교통대책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자 최근에는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광역교통망 보완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역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한 대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집단민원에 대한 대책만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지역 간 연결성을 높이고, 지역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교통·물류 인프라 계획도 있어야 한다.
노후 인프라의 유지·관리도 필요하지만, 국가경쟁력이나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규 교통·물류 인프라도 필요하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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