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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대한전선 매각설… ‘기우’ vs. ‘말 바꾸기’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7 18:23

수정 2019.05.28 13:06

[현장클릭] 대한전선 매각설… ‘기우’ vs. ‘말 바꾸기’

국내 전선업계가 대한전선 매각설로 수 개월째 뒤숭숭하다. 논란의 핵심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초고압 케이블 기술을 보유한 토종 기업을 중국 측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흘러나오고 있어서다.

매각설에 잠잠하던 대한전선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이달 초 공식입장까지 내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IMM PE 측은 "중국업체와 어떠한 접촉이나 협의도 추진하지 않았다"며 "대한전선이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때까지 안정적인 경영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라고 매각설을 일축했다. IMM PE측의 입장대로라면 대한전선은 향후 수 년간 매각 이슈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선은 2015년 IMM PE 인수 이후 혹독한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효율화 등을 통해 2016~2018년까지 연간 5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 흑자를 거뒀다.
그러나, 아직도 무리한 사업확대 여파로 당기순이익은 적자가 지속되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64% 수준으로 경영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대한전선 측의 강경한 태도에도 국내 전선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선업체와 증권가에서는 "IMM PE측이 중국 10위권 전선업체들에게 인수 의향서를 발송하고, 일부 업체와는 회동까지 가진 걸 확인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재무적 투자자(FI)인 IMM PE로서는 대한전선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적정가에 매각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전선업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국 기업의 인수를 차단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우선은, 초고압 케이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전선업계 일각에선 대한전선이 보유한 500kV 초고압 케이블 기술이 중국에 헐값에 넘어 갈 수 있다는 걱정이 대표적이다. 대한전선 측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업계의 우려와 달리 중국의 초고압 케이블 기술 수준이 국내 기업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며 "실제로, 500kV 이상의 HVAC(고압교류송전)의 경우 중국에만 10여개 업체가 생산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HVAC보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500kV급 이상 HVDC(고압직류송전)는 유럽, 일본 업체가 시장을 선도중이며, 중국의 ZTT도 이미 개발을 완료한 반면, 국내 업체들은 320kV급에 머물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하나는 대한전선 인수를 빌미로 중국이 국내 중전압, 저압 케이블 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공포도 깔려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대한전선 인수시 타격은 대기업보다 중소 전선업체들이 클 것"이라며 "중전압과 저압 케이블 시장에 뛰어든 국내 중소 전선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이 없어 수출은 힘들고 국내 시장도 포화상태라 영업이익률이 1% 미만인 곳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국내 전선시장의 '기우'일지, 사모펀드 측의 '말바꾸기'로 끝날지 지켜볼 대목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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