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울산대 기습 주총… 허 찔린 노조, 오토바이로 달렸지만 역부족[현대重 주총 진통끝에 통과]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1 17:23

수정 2019.05.31 17:23

5월 31일 울산대 체육관에서 현대중공업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노조원들의 반발로 주주총회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뉴시스
5월 31일 울산대 체육관에서 현대중공업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노조원들의 반발로 주주총회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뉴시스


【 울산=최수상 기자】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5월 27일부터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던 노조의 5일간의 주주총회 저지 투쟁이 단 4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무위로 끝나버렸다. 당초 주총장 점거로 사측의 주총장 변경 가능성이 예상돼 노조가 예의주시했지만 사측의 '성동격서' 전략에 패하고 말았다. 결국 회사 측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노조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에 호소할 수 있는 2차전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주주총회 장소 울산대로 긴급변경

주주총회 일시인 5월 31일 오전 10시를 한 시간 남짓 남겨두고 한마음회관 앞에서는 주총 준비를 위해 진입하려는 사측 준비요원 150명과 이를 가로막는 노조원 2000명이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을 전개했다. 또 본사 이전에 분노한 주민들까지 가세해 사측을 압박하면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었다. 하지만 결국 노조의 저지는 성공했고 주총시간 오전 10시를 넘겼다. 노조 측의 다음 숙제는 변경된 주총장을 확보하는 일이 남았다.

같은 시각 현대중공업 정문은 사측이 동원한 대형버스 7대에 의해 봉쇄됐다. 주변은 경찰 2000명이 둘러쌌다. 노조로서는 변경될 주총장을 회사 본관 또는 체육관으로 추정하고 우선 조합원 1000명을 정문으로 보내 대치했다.

그러나 노조가 허를 찔렸다고 판단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측은 오전 10시30분쯤 한마음회관으로부터 20㎞ 떨어진 울산 남구 무거동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주총장 변경을 공고했다. 개최시간은 오전 11시10분. 울산대교를 가로질러 차로 달려도 약 30분이나 걸리는 먼거리에 있는 곳이다.

■오토바이로 달려갔지만 텅빈 주총장

허를 찔렸다고 판단한 노조는 급히 조합원들에게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울산대 집결을 지시했다. 복잡한 울산시내를 질주해 도착한 선발대가 경찰 저지선을 피해 체육관 외벽을 부숴가며 안으로 진입했지만 이미 주주총회는 끝난 상태. 회사 측은 오전 11시15분 주총을 개최, 11시 19분에 끝냈다고 밝혔다. 5월 27일부터 5일째 주총회장 점거농성을 벌여온 노조의 주주총회 저지 투쟁이 4분 만에 허망하게 끝나버린 셈이다.

■4분 만에 속결 주주총회

울산대 체육관 안에는 노조의 진입을 알아챈 주주총회 참석자들이 몸만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이 제공한 주주총회 사진에 나오는 탁자와 의자들은 부서진 채 나뒹굴고, 주총 사안을 적은 메모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날 주총 참석자는 약 66명으로 추정됐다.

■분개한 노조…위법한 주총 원천무효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총 결과에 대한 무효를 주장하며 오는 3일 오전 8시 전면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은 이번 법인분할 주총은 원천무효라고 판단했다. 주주들의 참석권과 의견표명권 침해 등의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었고 미리 준비된 몇몇 주주만 모여, 숨어서 진행된 명백히 위법한 주총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울산시도 주총 결과에 침울한 입장이다. 울산시는 노조의 주주총회 개최 취소와 물적분할 반대와 달리 물적분할에 찬성하는 대신 본사의 울산 존치를 주장했지만, 본사 이전이 확정되면서 송철호 시장도 난감한 앞날을 맞게 됐다.
울산시의 향후 대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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