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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엄포에 흔들리는 美경제…"트럼프, 금리인하 손에 쥔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2 17:46

수정 2019.06.02 17:46

中 이어 멕시코 관세 부과 우려에 미국 경제하강 가능성 높아져
증시·2년물 국채수익률 하락세..연내 4차례 금리인하 전망도 나와
이달 18~19일 FOMC발표 주목
관세엄포에 흔들리는 美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토록 갈망하던 금리인하 선물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멕시코 관세 엄포 등이 기업심리 위축을 불러 연방준비제도(연준)로서도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내 2차례 금리인하 전망이 우세해지는 가운데 연준이 올해 4차례나 금리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중국과 무역협상 결렬에 이어 미국의 공급망을 뒤흔들게 될 멕시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엄포가 미 경제를 또 한 번 뒤흔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을 정도까지 트럼프가 경제에 해악을 미쳐 이번에는 결국 열망하던 금리인하를 얻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초 중국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고, 중국과 무역협상을 결렬시켰다.
곧이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수출금지 대상 목록에 올려 반도체 업체 등의 실적에 찬물을 끼얹으며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또 5월이 끝나는 날에는 미·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비준을 앞 둔 상황에서 멕시코에 이민 규제를 요구하며 5% 관세를 물리겠다고 협박했다. 멕시코가 잘 따르지 않으면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겠다는 엄포도 더했다.

무역전쟁이 깊어지는 가운데 트럼프가 이번에는 이민규제 수단으로 멕시코에 관세카드를 꺼내들면서 관세를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한 무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이코노미스트들의 금리전망도 바뀌고 있다. JP모간 미국 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9월과 12월, 2차례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페롤리는 전날 트럼프의 멕시코 관세 협박 뒤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메모에서 "행정부가 이를 실행하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이에따라 연준의 통화완화를 촉발할 것으로 믿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트럼프 협박이 협박으로만 끝난다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경고했다.페롤리는 "멕시코와 신속히 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리고 이는 가능성이 높지만, 기업 신뢰도에 미친 피해는 지속될 수 있다"면서 "여전히 연준의 대응을 필요로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크레디트 스위스의 제임스 스위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르면 7월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면서 "지금은 패닉에 빠질 때가 아니라 보험을 들 때"라고 말했다. 연준이 경제상황 안정을 위해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데이코 미 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멕시코 관세는 그 충격이 막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코는 "대규모 공급망 혼란, 심각한 금융여건 악화, 민간 부문의 신뢰도 위축이 직접적인 관세 충격을 배가하고, 미 경제 하강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곧바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다우지수가 350포인트 넘게 폭락하는 등 뉴욕증시 3대지수가 1.5% 안팎 하락세로 마감했고, 채권시장에서는 미 기준금리 전망에 가장 민감히 반응하는 2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다. 연준도 지난주 금리인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트럼프의 거듭된 금리인하 요구에도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조하며 이를 거부했던 연준은 지난달 30일 리처드 클래리다 부의장이 연준은 있을지도 모를 경기전망 악화에 '영리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선물 시장은 이제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시장은 연내 한 두 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다음달 말 첫번째 금리인하가 결정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4차례 금리인하까지 예상한다.
연초에만 해도 제로(0)였던 4번 금리인하 전망은 이제 6%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연준의 기본 입장인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정책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연초 74%에서 지금은 8%로 뚝 떨어졌다.
연준의 다음 행보는 오는 18~19일 FOMC회의 뒤에 좀 더 명확하게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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