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靑 '친박리스트' 넘기면 경찰 '맞춤형 선거전략' 보고

뉴스1

입력 2019.06.03 17:24

수정 2019.06.03 17:24

박근혜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선거 및 정치에 개입하고 정부 비판세력을 사찰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앞),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지난 5월1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박근혜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선거 및 정치에 개입하고 정부 비판세력을 사찰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앞),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지난 5월1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016년 총선 여당 승리 위해 靑·경찰 조직적 선거개입
'靑정무수석-치안비서관실-경찰청-일선경찰' 지시·보고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이유지 기자 =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가 2016년 총선에 출마할 '친박'(親박근혜) 리스트'를 작성해 넘기면 경찰이 친박후보 당선을 위한 '맞춤형 선거정보'를 생산,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사범을 단속해야 할 경찰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정부·여당을 위해 불법 정보수집활동을 벌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는 3일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철성 전 경찰청장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전현직 경찰·청와대 관계자 7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대통령 강조사항을 확인해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정보활동을 지시하면, 치안비서관은 이를 경찰청 정보국에 전달하는 순으로 지시가 내려갔다.

이후 경찰청장과 차장, 정보국장, 정보심의관 등 지휘부가 본청 정보국 분실과 전국 지방경찰청에 지시를 내리면 일선 정보경찰이 이를 수행했다. 일선경찰이 생산한 보고는 역순으로 본청 지휘부를 거쳐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보고됐다.

현 전 수석을 이번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검찰은 판단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같은 윗선이 위법한 정보활동을 지시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2016년 총선의 경우 현 전 수석은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서울 강남, 대구지역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친박후보 파악을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50~100명에 이르는 친박 리스트를 작성했다.

강 전 청장은 친박 리스트를 받아 대구지역 친박후보에 대한 여론동향과 지역정가 분위기를 파악하고, 권역별로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뒤 청와대에 보고했다. 2016년 3~4월에는 전국판세분석 및 선거대책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렇게 마련된 경찰의 보고 내용은 Δ야당의 '안보전문가 비례대표 공천 전무' 부각 Δ주요 좌파 계파별 총선전략·당선 가능성 분석 Δ사전투표소 현장 분위기 분석 Δ전문가 기고 통한 진보교육감, 야당 등 문제점 부각 Δ좌파성향 총선 시민단체 견제방안 Δ야당의 경제공약 분석 및 여론전 제안이다.

여당의 선거승리를 위한 경찰의 정보활동은 '정부의 정책추동력 유지'를 명분으로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청와대와 강 전 청장 등 당시 경찰 지휘부는 '엄격한 업무평가'와 '상명하복 시스템'을 악용해 위법한 정보활동을 지시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관심사와 정보활동 요구 희망사항에 맞지 않은 보고서는 내부 보고과정에서 소위 '킬'(KIII)되며 보고되지 않았고, 해당 분석관과 일선 정보경찰은 평가에서 가점을 받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누적된 평가는 정보경찰 개인평가를 넘어 부서 및 소속 경찰서 기관평가에도 반영돼 상부의 지시·요구가 있을 경우 그에 부합하는 활동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일부 정보경찰은 스스로 '점수의 노예'라고 한탄하며 불만을 가졌지만 본청 정보국에서 자신이 생산한 정보문서가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위법한 정보 수집활동을 한 사실도 나타났다.

실제로 '2016.9 외근정보관 첩보 평가기준'에서는 치안정보와 관련이 없는 '대선공약집 입수(사전입수)'를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정보활동의 예로 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보기관은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명하복 문화로 일사불란하게 활동하는데 일부 고위관계자들이 잘못된 의도를 가지고 악용했다"며 "일선 실무자들은 적발될까 걱정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임무를 수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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