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유단의 마지막 숙제

김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0 17:58

수정 2019.06.10 17:58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기자수첩] 국유단의 마지막 숙제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지난달 28일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현장을 찾았다.

화살머리고지는 군수품 보급과 전략의 요충지로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다. 당시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주인이 바뀌는 고지쟁탈전이 벌어졌고, 이를 증명하듯 현장 곳곳에서 전쟁의 상흔을 느낄 수 있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화살머리고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시작한 올해 4월 1일부터 지난 9일까지 발굴된 유해만 모두 425점이며 유품도 2만9813점에 달한다.

지난해 본격적인 유해발굴 작업에 앞서 지뢰제거와 도로개설을 하는 도중에도 다수의 전사자 추정 유해가 수습됐다. 이 과정에서 국군 유해로는 처음으로 박재권 이등중사의 유해가 발굴됐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그의 DNA를 확인한 후 봉안식을 거행했다.
이후 지난 1월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통해 가족 품에 안겼다.

국유단은 지난 2000년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유해발굴을 시작했고, 1년에 400구 이상씩 현재까지 국군 1만221구를 발굴했다. 그러나 이 중 신원이 확인된 경우는 1.2%, 132구에 불과하다.

국유단에 주어진 마지막 숙제는 이들을 모두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드리는 것이다. 신원확인을 위한 가장 대표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은 DNA 상호 비교검사다. 전사자의 DNA를 가지고 있지만, 이와 비교할 유가족의 DNA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 국유단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국유단 관계자는 "전사자의 형제나 자녀들만 해도 유해발굴에 관심이 많지만, 촌수가 벗어나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유가족 DNA가 확보돼 있으면 대조작업을 통해 단기간에 유해를 유가족에게 인도해드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신원확인에만 7~8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또 "DNA 시료채취는 가까운 보건소 등에서 할 수 있고 친가·외가, 8촌 이내 가족과 자손까지도 가능하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68년 전 치열했던 고지에서 피 흘리며 쓰러져간 청춘들은 이제 백골이 되어 가족의 품에 안길 날만 기다리고 있다.


국유단에 주어진 이 마지막 숙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이다.

ju0@fnnews.com 김주영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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