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처벌 못하는 ‘강제적 리콜 불이행’… 법체계 허점 드러내"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2 18:06

수정 2019.06.12 18:06

車 리콜 법·제도 개선 토론회
자발적 리콜 불이행땐 형사처벌.. 강제적 리콜에는 처벌규정 없어
전문가들 추상적 리콜 요건 지적.. 결함조사·판단 등 정부역할 촉구

자동차 리콜제도 전반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작사의 자발적 리콜과 강제적 리콜간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벌규정과 애매모호한 리콜 요건 등을 바로잡아 소비자 피해의 신속한 구제 및 안전보호가 강화돼야다는 주장이다.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리콜 법·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BMW 화재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제작사의 자발적 리콜을 활성화시켜야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는김상훈 의원을 비롯해 김윤제 성균관대 교수, 류병운 홍익대 교수, 박수헌 숙명여대 교수,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대표 변호사, 윤진환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과장, 김을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임기상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연합 대표 등이 참석했다.

■'강제적 리콜' 불이행 처벌규정 없어

이날 현행 리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오른 것은 제작사가 강제적 리콜을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제작사의 리콜 불이행에 따른 처벌규정이 자발적 리콜에는 있는 반면, 정부가 내린 강제적 리콜에는 없다"면서 "이는 법체계의 정합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2011년 자동차관리법 개정 이전에는 제작사가 강제적 리콜을 이행하지 않을땐 처벌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개정과정에서 자발적 리콜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처벌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변경돼 류교수는 입법과정상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강제적리콜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발적 리콜 불이행에 따른 형사처벌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대표변호사는 "자발적 리콜에 대한 형사처벌은 죄형법정주의 위반 등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모호한 리콜 요건에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제작사의 리콜의무 방기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없고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않을 때는 형사처벌을 하고, 강제적 리콜을 따르지 않을 땐 처벌하지 않는 것은 법적 형평성에도 위배된다는 게 요지다. 이러한 불균형으로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에서 강제리콜대수는 단 한대도 없었다. 같은기간 자발적 리콜대수는 무려 80만대를 웃돈다. 실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형사처벌의 경우 정부의 시정명령 위반시에만 적용하고, 리콜관련 위법사항은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정부, 리콜요건 관리감독 강화해야

자발적 리콜 불이행에 형사처벌 적용이 논란이 된 것은 추상적인 리콜요건 때문이다.

현행법상 리콜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 결함이 있는 경우 시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안전운행 지장을 초래하는 결함에 대한 판단과 해석이 제작사, 소비자, 관련부처간 다를 수 있다는 게 변수다. 또한, 제작사는 처벌규정에 대한 부담으로 문제원인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리콜을 시행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정확한 결함 원인은 물론 제대로 조치됐는지 알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시민단체 대표로 패널토론에 참여한 임 대표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을 사안별로 명확하게 적용해 제작사가 리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리콜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김 상무는 "리콜관련 규정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해야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국가기관의 의한 결함조사 및 판단, 시정명령 활성화 등 정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의원은 정부의 늑장대응 논란 해소를 골자로 한 '자동차관리법'을 지난달 대표발의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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