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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러브콜에 ‘전략적 침묵’..미·중 갈등 격화에 상황 관망 의도도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3 18:05

수정 2019.06.13 18:05

트럼프에 손내밀고, 文 구애에는 모른척..김정은의 셈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4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자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북한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13일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자주적으로 북남선언을 이행하라'는 기사 뿐 특별한 반응은 없다.

이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남북경협 등 원하는 실리를 취할 수 없고, 미국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는 판단아래 나온 '전략적 침묵'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구현을 주제로 한 오슬로 선언을 통해 "언제든 김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에 남북정상이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결국 만남이나 만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김 위원장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아름다운 친서'까지 보내며 북미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에 대한 침묵은 온도차를 느끼게 할 뿐더러 '전략적' 의도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남북관계 발전에 일대 전기를 만들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의 별세에도 따로 조문단을 보내지 않고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보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며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이처럼 미국과는 통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대화 메시지에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현 시점에서 한국과의 만남이 실리적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냉정한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늘 우리 정부에게 남북경협을 통한 경제적 이득을 줄 것을 요구해왔는데 현재 대북제재 틀 속에서 현실적으로 한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카드는 없고, 미국과 직접 대화 통로도 열렸기 때문에 굳이 한국을 통할 필요도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정상회담 제의에 침묵하는 배경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미중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중국이 대북지원을 강화해 미국을 간접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상황을 관망하고 향후 방향성을 정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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