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제대응책은 경기국면에 대한 시의적절한 판단에서 비롯된다. 최근 경기 정점에 대한 논란이 무성하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7년 2·4분기를 전후로 뚜렷이 하강해왔고, 국내총생산(GDP) 순환변동치 흐름만 다소 불명확하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이나 소비자의 심리는 악화됐다. 대내외 여건이나 구조적 문제가 단기간에 호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경제상황에 대한 종합진단이 시급히 요구된다.
경기 국면에 대한 공식 정의는 없다. 경기흐름의 악화 양태에 따라 경기후퇴, 불경기, 불황, 침체 등의 순으로 표현되지만 임의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클라슨과 코즈(2018)가 다수의 견해를 바탕으로 불황(recession)의 특징을 정리했다. 우선 GDP가 2~5% 하락하고, 소비하락은 미미하지만 산업생산과 투자가 GDP보다 크게 하락하며, 수출입 부진을 동반한다. 그리고 실업률이 상승하고 인플레율은 하락한다. 만일 GDP가 10% 이상 하락하면 심각한 불황 또는 경기침체(depression)로 표현된다. 이 같은 정의에 금년 첫 분기까지의 통계를 대입하면 경기하강 국면에서 불황의 징후가 완연하다.
수요확대를 겨냥한 재정부양효과는 한계가 있다. 재정여력이 성장잠재력 육성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예컨대 신도시 개발 등에 재정이 집중될 경우 막대한 토지보상금의 주택시장 환류로 집값상승 유발 부작용도 우려된다. 또한 재정 재원의 확대는 경기부진에 따른 세수확보난과 확대재생산 효과가 높은 민간자원 구축 등을 감안해야 한다.
인센티브형 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한 미국의 사례를 원용하자. 경제 전반의 효율성 제고, 기업투자 회복과 노동시장 호조가 뒷받침됐다. 경기활성화 주체로 정부보다는 민간부문이 스스로 '경제하려는 의지'에 충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컨대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 근무제 등 명분 있는 정책도 단기성과에 집착하면 공급부문에 급격한 생산코스트 상승을 유발, 생산혁신 동기가 잠식된다.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면 금융위기 가능성이 염려된다. 경제부진이 지속돼도 정책 방향의 공고함이 유지되는 한 금융위기로 전환되지 않는다. 민간의 에너지가 활성화될 모멘텀을 가져올 인센티브 정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잠재성장률이 상승하면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속에서 경기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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