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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잇딴 강경발언..."3차 북미회담 앞두고 기싸움 시작"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7 15:17

수정 2019.06.27 15:17

전문가들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미"
"말 통하는 실무진 준비하라는 무언의 요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친서가 오간 가운데서 나온 북한 외무성의 강경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이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3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을 위한 기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7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지난 26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대화를 하자고 하여도 협상 자세가 제대로 되어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도 열릴 수 있다"며 "조미 대화가 열리자면 미국이 올바른 셈법을 가지고 나와야 하며 그 시한부는 연말까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지금처럼 팔짱을 끼고 앉아있을 작정이라면 시간이 충분할지는 몰라도 결과물을 내기 위해 움직이자면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일 북한 외무성 명의로 나온 담화에 이어 이틀 연속 공격적인 발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오찬을 한 뒤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싱가포르통신정보부 제공)2018.6.12/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오찬을 한 뒤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싱가포르통신정보부 제공)2018.6.12/뉴스1
전일 북한 외무성은 "조미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하여도 대조선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작성자들이 미국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관계개선도, 조선반도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비난발언을 쏟아냈다.

이같은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간 친서로 그동안의 경색국면이 풀릴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나온 공격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담화문에 북미대화의 걸림돌로 지목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9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강경발언에 대해 오히려 3차 북미회담 성사를 염두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앞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개됐을 때 판 자체를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3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금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사전에 생각을 정비해서 만나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박정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확실한 실무의 틀을 만들어오라는 메시지"라면서 "북미정상간 친서를 주고 받으며 덕담이 오갔으니 해결할 것은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일부 관계자 역시 이날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의 담화에 대해 "미국의 셈법을 바꾸라는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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