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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6·25의 교훈과 북핵협상의 원칙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1 17:22

수정 2019.07.01 17:22

[fn논단] 6·25의 교훈과 북핵협상의 원칙
6·25전쟁 69주년이 채 1주일도 지나기 전에 남한과 미국의 대통령, 그리고 북한의 최고책임자가 분단의 현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자간의 협상이 중단돼 있는 시점에서 예고도 없이 이틀 만에 만남이 이뤄진 것은 극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들의 만남을 지켜보면서 협상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과 같이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협상은 북한의 전쟁위협을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고, 그 근원이 한반도를 적화통일하겠다고 북한이 도발했던 6·25전쟁에 있다는 것이다. 북한군의 남침은 소련과 중국,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유엔군을 끌어들여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압록강에서 낙동강까지 쑥대밭을 만들어 놓았고, 170만의 처참한 인명피해를 만들어 냈으면서도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하고 휴전으로 끝났지만 우리에게 꼭 기억해야 할 인류 보편적 가치를 교훈으로 남겨주었다.

첫째는 전쟁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살상과 파괴를 전제로 한다. 인민해방전쟁이니 통일전쟁이니 하는 어떤 대의명분으로도 사람을 함부로 죽이게 되고 삶의 터전을 파괴하게 되는 전쟁은 일으켜서도 일으키게 놔두어도 안된다. 둘째는 자유와 인권을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계급투쟁을 내세워 민간인을 살해하고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신앙과 사상을 바꾸도록 강요하기도 하며 정권의 유지를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모습을 북에서도 남에서도 지켜보았다. 어떠한 이상세계를 만들려 한다 해도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셋째는 우리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 힘을 갖지 못해 우리 민족의 운명은 늘 다른 나라들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돼왔고 6·25전쟁의 시작과 끝도 소련과 미국, 중국에 의해 결정됐다. 더 이상 우리의 운명이 다른 나라들의 이익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이 교훈들을 온전하게 실천하지 못했다. 북의 도발을 막지 못했고 책임도 묻지 못했으며,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이 억압당하는 것에 눈을 감아버렸고 우리의 안보를 미국에 의지해야 했다.
그럼으로 인해 우리는 평화와 자유, 인권과 안보라는 너무나 당연한 가치를 놓고도 스스로 당당하지 못했고, 우리가 직접 당사자인 북핵 협상에서조차 북한과 미국이 결정한 대로 따라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제라도 6·25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들을 북핵협상에서 지켜내자. 3년 넘는 전쟁이 휴전으로 종결되어 계속된 분쟁의 불씨를 남긴 것처럼 북한과 미국이 자신들이 취할 것을 교환하고 협상을 마무리해버리도록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핵협상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어야 하고, 우리 민족의 자유와 인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것이어야 하며,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합의할 수 없는 것이 되도록 당당히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한헌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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