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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콩고 국경 넘은 에볼라 공포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9 17:27

수정 2019.07.19 17:27

[월드리포트] 콩고 국경 넘은 에볼라 공포

아프리카가 다시 공포에 떨고 있다. 다름아닌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이다.

아프리카 콩고에 위치한 에볼라강의 이름을 딴 에볼라 바이러스는 그 어원인 '잔잔한 흰 물결'이라는 뜻과 달리 인간의 정신과 몸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과일박쥐 등 야생동물로부터 전염된다고 알려진 에볼라 바이러스는 초기엔 독감증상처럼 발열을 동반한 설사, 구토, 복통을 일으키다가 내출혈 증상을 보이는데 감염 후 1주일 내 치사율이 평균 50%에 달한다.

전염성도 높다.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 분비물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동안 서아프리카에서 2만8600여명이 전염됐고 1만1300여명이 숨지는 등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서아프리카의 경우 시신에 키스를 하는 풍습이 있어 감염률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확진 사례가 없어 사라진 줄 알았던 에볼라 바이러스가 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시작한 건 지난해 5월부터다. 아프리카 중부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 환자가 확인된 이래 이 바이러스는 최근 1년여 동안 콩고 국민 165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는 WHO가 가장 심각한 전염병에 대해서만 사용하는 규정이다. WHO가 전염병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건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등에 이어 이번이 다섯번째다.

WHO는 일단 다른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지만 이웃국가와 국경지대에서 질병 확진자가 나오면서 아프리카 전역이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그간 콩고 내부에서만 확산되던 질병이 이웃국가인 우간다로도 번지기 시작했고 이번주 르완다와의 국경지대인 콩고 동부에 위치한 교통요지 고마시에서도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WHO는 그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인지하고 세계 각국이 협력해 이를 막아낼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날 테드로스 아다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콩고와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확산될 위험이 여전히 매우 높다"며 "이제 국제사회가 콩고 사람들과 연대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국제 사회의 연대와 노력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백신 보급이 더욱 확대되고 콩고 지역에 더 나은 보건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콩고의 올리 일룽가 칼렝가 보건부 장관도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의 결정에 화답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돈을 모으는 기회로 사용하길 원하는 집단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결과가 아니길 바란다"며 "인도주의적 행위자들이 에볼라 사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투명성과 책임감을 높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현재 WHO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콩고에 파견한 인원은 7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종식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치료소에 대한 지원 확대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최근 에볼라 치료소에 대한 공격 등 내전의 위협까지 당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자금지원이 지금보다 두 배는 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원 확대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인식개선이다. 토속신앙 등 잘못된 편견으로 인한 의료종사자에 대한 신뢰 부족을 극복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과제다.
여전히 분쟁과 폭력사태가 이어지는 콩고의 일부 지역은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볼라 종식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협력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글로벌콘텐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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