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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적극행정 전 안할겁니다"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1 17:26

수정 2019.07.21 17:26

[윤중로]
"전 적극행정 절대 안할 겁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부처 고위관료가 뜬금없이 뱉은 말이다. 적극행정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 현 정부의 방향과 다르게 적극행정을 안하겠다고 선언하니 그 배경이 궁금했다. 그것도 고위관료가. 거칠게 요약하자면 그 발언의 진의는 적극행정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다. 복지부동에 이어 '젖은 낙엽'이 유행하는 최근 공직문화의 한 단면이다. 적극행정은 공직자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정책의 책임을 갖고 규제완화나 행정의 효율성을 기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정책의 면책 부여를 통해 공무원들이 사후 책임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껏 행정을 펼치라는 의미다.

말인즉슨 적극행정을 굳이 반대할 명분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소극행정에 비해 공무원들의 적극적 행정의 의미가 결코 적지 않아서다. 그런데 왜 이 관료는 쌍수를 들어 반대한다고 했을까. 적극행정은 사전 컨설팅제와 함께 작동한다. 쉽게 말해 적극행정을 위한 사전 단계로 사전 컨설팅을 거쳐 무엇을 해야 할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적극행정이 시작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나온 게 거의 없다. 왜 그럴까. 감사원이 칼자루를 쥐면서 사후 책임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강해서다. 종전에는 윗선에서 "내가 책임질 테니 소신껏 해라"라는 문화 속에 공무원들이 힘을 얻고 업무를 추진했는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컨설팅 과정에서 책임 떠넘기기, 업무 회피 등으로 오히려 적극행정에 대한 반감만 높아지고 있다. 적극행정의 역설이다.

최근 인천아시아경기조직위와 국세청이 아시아경기대회의 수익금을 놓고 벌인 소송전은 이런 경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남인천세무서는 지난 2015년 감사원의 통보에 따라 조직위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지급한 591억원을 한국·쿠웨이트 조세조약에 따른 사용료로 판단하고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177억원의 세금을 징수했다. 조직위는 OCA에 지급한 금액은 사용료가 아니라 마케팅 수익사업에 따른 사업분배금으로 세금 부과 처분은 부당하다는 행정심판을 조세심판원에 제기했다. 591억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대회를 할 수 없다는 OCA 측의 주장과 이에 대한 과세가 부당하다는 사실을 조직위가 수차례 정부에 알렸지만 허사였다. 마케팅 수익사업을 면세한 평창동계올림픽과의 형평성도 불거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누가 적극행정을 하겠는가. 그것도 국가사업을 위해 소신껏 판단한 일의 결과가 부당한 세금부과라면 아무도 적극행정을 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당시 국무회의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지만 결국 총리를 비롯해 누구 하나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 관계자들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태도가 전부였다. 개인이 돈을 번 것도 아니고 그것도 아시아게임이라는 국가행사에서 벌어들인 마케팅 수입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적극행정은 지난 박근혜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왔던 정책이지만 활성화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근본적으로 감사원의 감사를 피할수 없다는 것과 면책을 두고 벌어질 책임공방의 두려움 등이 그것이다.
정부의 명확한 운영지침이 필요한 이유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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