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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제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5 17:29

수정 2019.07.25 17:29

[여의나루] 제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두 나라가 우리 수출의 1, 2위국이고,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무역분쟁도 갈 길 바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현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의 경제·산업 정책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경제의 패권 경쟁이며 그 핵심에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이 만드는 신제조업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선봉인 독일의 '인더스트리 4.0'도 기존 제조업으로는 대량생산 기반의 가격경쟁력을 보유한 중국과 경쟁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개인화 및 맞춤형 제품혁신, 제품과 서비스 융합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제조업을 신제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의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제조업을 2025년까지 현재의 미국·독일 수준, 2035년까지 당시의 미국·독일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45년까지 세계 제조업 최강국이 되겠다는 도전적인 30년 계획이다. 이에 위협을 느낀 미국에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견제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한·일 무역분쟁도 반도체 핵심소재로 시작됐으나 궁극적으로는 제조업 주도권 경쟁과 직결될 것이다.

제조업은 산업·경제는 물론 군수까지 아우르는 강대국의 필수요건이다. 강대국이자 제조강국인 미국, 중국, 독일, 일본은 기존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제조업으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 확장에 경쟁적으로 매진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이에 따른 개인화·맞춤화 등 시장혁신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면서 제품·서비스 혁신,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제품과 금융의 융합, 토털솔루션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기존 제조업을 신제조업으로 발전시키며 새로운 글로벌 경쟁을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도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으로 제품혁신은 물론이고 카셰어링 등 서비스 혁신,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 등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전기차·충전 및 전력 인프라를 잇는 전기차 플랫폼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모빌리티 산업이라는 거대한 신제조업으로 발전하며 글로벌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경제·산업 정책에 있어 정부는 물론 국회, 언론, 사회 전반적으로 제조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재조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먼저 제조업에 대해 공장 중심의 기존 제조업 시각에서 탈피해 서비스 산업을 포함한 전 산업과 융합하고, 기술·시장·인력·금융을 망라하는 신제조업 시각의 국가적 발전전략을 세워야 한다. 일각에서 제조업은 끝났고,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이분법적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위험한 발상이다. 제조업이 끝난 게 아니라 신제조업으로 진화·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세계 제조강국의 전략이요, 4차 산업혁명의 요체다. 제조업이 GDP의 30%, 수출의 90%로 OECD 국가 중 최고 비중의 주력산업인 우리나라야말로 신제조업 강국으로 진일보하는 데 국가적 관심과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과 전략'은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대환영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앞서 강조한 대로 정부 개별부처 단위가 아니라 전 부처가 참여하는 국가적 전략으로 독일처럼 정부수반이 지휘하는 성과 중심의 일사불란한 실행을 기대한다. 다시 뛰자, 대한민국!

주영섭 前 중소기업청장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

■약력 △63세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산업공학 박사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 청장 △한국ICT융합네트워크 회장(현)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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