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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회전문 옆 여닫이문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5 17:50

수정 2019.07.25 17:50

[여의도에서] 회전문 옆 여닫이문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국정을 이끌어갈 새로운 내각 구성을 놓고 장고 중이라고 한다. 정부 출범부터 함께해온 '장수(長壽) 장관' 및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인사들의 교체가 골자다. 지난달부터 개각 폭과 시기, 후보군 등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면서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어떤 인물이 발탁되느냐이지만 아울러 '이번엔 어떤 인사가 자리를 바꿔 또 중용될까'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미 일부 인사에 대한 하마평도 무성하다. 물론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회전문 인사' 논란이 벌써부터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회전문 인사'에 대한 지적은 개각은 물론 주요 인사 때마다 끊이질 않고 나오는 '단골 메뉴'나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 단행된 3·8 개각 직후 만났던 여권 인사는 "누가 이렇게 인사를 했는지 모르겠다. 인사에 콘셉트도, 감동도 찾아볼 수 없다"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그동안의 인사 관행, 등용의 폭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더 넓힐 수 있다"며 사실상 '회전문 인사'를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대통령의 인사 성향에 대한 논란은 비단 이번 정부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정부 때는 '문고리 3인방', 이명박정부 때는 '강부자(강남땅부자)'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등 코드 인사를 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내정된 인사들이 위장전입, 투기 등 불법사항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도 임명을 강행하는 등 도덕성에 무감각했다는 비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대통령이 손발을 맞춰보거나 신뢰하는 인물을 선호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장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국정 성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현실적 환경 속에서 모험적인 인재발탁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정권 중반기에 접어든 만큼 그동안 펼쳐놓은 정책 등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대통령이 믿고 맡길 인물을 발탁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과 호흡이 능력과 성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면 심각성은 더 커진다.

문재인정부가 구태에서 벗어나 국가 전반적으로 '혁신'을 강조한다는 점도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혁신의 출발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변하지 않고 혁신을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게다.

무조건적으로 익숙함을 신선함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사와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비판과 지적에 한번쯤은 귀 기울여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전국시대 연나라 소왕처럼 초현대(招賢臺)를 설치해 인재가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들지는 못할지언정 문까지 닫아버리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느냐는 말이다.

대형빌딩 출입문에는 대부분 회전문이 있다. 건물 내·외부 공기의 균형을 맞추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회전문만 있는 건물은 없다. 바늘과 실처럼, 회전문 옆에는 항상 여닫이문도 자리한다.
화재 등의 긴급한 상황에서 유동인구가 갑자기 많아지거나, 다른 선호 등 회전문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이르면 내달 초 단행될 개각을 그동안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숨은 인재들이 좀 더 많이 드나들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하는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fnkhy@fnnews.com김호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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