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아미노산 '트레오닌'으로 불면증 해결… 기억력까지 좋아졌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8 12:23

수정 2019.07.28 12:23

불면증. 게티이미지 제공
불면증. 게티이미지 제공


국내 연구진이 아미노산 식이조절로 불면증을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충분한 수면이 기억력이 좋아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UNIST는 생명과학부 임정훈 교수팀이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포함돼 있는 필수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인 '트레오닌(threonine)'의 섭취가 수면을 유도하는 현상과 그 신경생물학적 작용 원리를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임 교수팀은 형질전환 초파리의 수면 행동을 이용해 특정한 음식물의 섭취에 의한 수면 조절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이를 위해 20가지 아미노산을 각각 섭취한 초파리의 수면 변화를 분석해, '트레오닌'이 수면을 유도하는 특이적인 아미노산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트레오닌을 섭취한 초파리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았고, 트레오닌을 섭취하지 않은 초파리에 비해 오랫동안 수면을 유지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트레오닌이 뇌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내용도 이번 연구로 밝혀졌다. 트레오닌을 많이 섭취하면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가바'의 양이 줄고, 수면을 촉진하는 핵심 뇌 부위의 대사성 가바 수용기를 통한 신호가 약해진다. 그 결과 빨리 잠들고 오래 자게 되는 것이다.

초파리의 단기 기억력을 측정하는 실험으로 초파리는 빛을 향해 움직이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나, 초파리가 싫어하는 냄새와 함께 빛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게 되면 이를 학습하고 기억해 빛을 따라 이동하지 않게 된다. UNIST 제공
초파리의 단기 기억력을 측정하는 실험으로 초파리는 빛을 향해 움직이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나, 초파리가 싫어하는 냄새와 함께 빛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게 되면 이를 학습하고 기억해 빛을 따라 이동하지 않게 된다. UNIST 제공


이번 연구를 주도한 기윤희 UNIST 생명과학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잠을 자면 기억력이 좋아지는데, 기억장애를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 초파리에게 트레오닌을 먹여 수면 시간을 늘려주었을 때 기억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밝혔다. 트레오닌 섭취에 의한 수면이 단순히 동물을 기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리학적인 수면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임 교수팀은 다른 한 편으로 신경세포에서 트레오닌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이 억제된 형질전환 초파리를 제작했다. 이러한 초파리는 트레오닌을 음식물로 섭취하지 않아도 뇌 속 트레오닌의 양이 증가하는데, 이때에도 수면촉진 효과가 확인됐다. 뇌 속에 트레오닌이 많아지면 수면이 촉진된다는 것이 이중으로 검증된 것이다.

임정훈 교수는 "수면의 새로운 조절 인자로서 뇌 신경세포 내 아미노산 대사 작용의 중요성을 밝힌 연구"라며 "중추신경에 인위적으로 작용해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수면장애 치료제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과학·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 17일자로 공개됐다.
연구수행은 서경배과학재단의 신진과학자 연구지원 프로그램,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과 X-프로젝트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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