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마지막 시신 못 찾아 죄송"…다뉴브강서 보낸 '62일 사투'

뉴스1

입력 2019.08.14 12:00

수정 2019.08.14 12:00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 파견됐던 소방청 국제구조대원들이 지난 13일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브리핑실에서 합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8.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 파견됐던 소방청 국제구조대원들이 지난 13일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브리핑실에서 합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8.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 파견됐던 소방청 국제구조대원들이 지난 13일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브리핑실에서 합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8.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 파견됐던 소방청 국제구조대원들이 지난 13일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브리핑실에서 합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8.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번아웃'(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느꼈습니다."

지난 5월29일 발생한 헝가리 유람선 사고에 정부합동긴급구조대로 파견됐던 소방청 국제구조대원들이 쉽지 않았던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소회를 전했다.
대원들은 13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재진과 합동인터뷰를 진행했다.

5월말 헝가리로 떠났던 소방청 국제구조대원들은 모든 임무를 마치고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심해잠수사 등의 전문자격을 갖춘 국제구조대원 24명(1차 12명, 2차 12명)이 현지구조대원과 공동 활동을 진행했고 총 18구의 사체를 인양‧수습했다. 현재까지 1명의 실종자가 남은 상태다. 실종자 1명에 대한 수색계획은 유가족과 협의가 됐으며 헝가리 당국에서 수색 중이다.

국제구조대원들은 사고 이후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다뉴브강의 높은 수위와 거센 물살로 수중수색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대는 6월 3일부터 10일까지 바지선을 이동하고 선체 고정 및 잠수 수색 작업을 통해 처음으로 실종자 12명을 수습할 수 있었다.

부창용 소방정은 "사고 현장에서 수색 구조 활동을 할 때는 2인 1조로 팀을 구성하고 구명동의 착용을 철칙으로 했다. 수시로 대원들의 신체 상태를 체크했다"라며 "매일 활동이 종료된 후에도 브리핑을 통해서 그날의 활동을 돌아봤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위와 강한 물살로 대원들은 구조 작업에 애를 먹었다. 이재칠 소방위은 물속으로 진입할 당시를 떠올리며 심리적인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늘 각오는 비장하지만 상당한 심적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중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도가 높아 활동 제약이 컸다. 다행히 소방, 해경, 해군 3개 기관이 모여 상세한 준비를 한 덕분에 특별한 사고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잠수작업에 나섰던 박성인 소방장도 "당시 수심이 8m 정도였는데 유속이 심해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것부터 힘들었다. 물이 탁해서 시야가 50㎝ 정도였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잠수, 수상, 헬기 3개 분야로 한국-헝가리 합동 수색을 펼쳤고, 총 18명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헝가리 당국은 이번 작업을 마친 뒤 인양활동에 참여했던 구조대원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당시 사용했던 '와이어'를 선물로 보냈다. 와이어에는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한편, 구조대원들이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도보와 인명구조견 탐색을 통해 육상 수색한 거리는 약 450㎞였다. 보트를 활용한 수상수색은 약 6800㎞, 헬기와 드론 등을 통한 공중수색도 7000㎞를 수색했다. 매일 12㎞~15㎞ 하류를 쫓아 시신 수습에 힘썼다.

김승룡 소방정은 "수심이 2m~4m인 구간에는 진흙뻘이 형성되고 경사진 돌무더기 구간도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원시 정글을 헤치고 나가는 것처럼 도끼기능이 있는 자루 칼을 들고 다녀야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귀국한 국제구조대원들은 건강검진 및 스트레스 회복 프로그램 참가를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상담을 진행한 뒤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일부 대원은 당시 동물사체 등으로 인한 후각 트라우마를 겪는 등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김승룡 소방정은 "머릿속에 실종자에 대한 생각이 계속 떠올라 힘들었다"라며 "다행히 임무 후 4박5일의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해서 도움이 됐다.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정기적으로 다년간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구조대원들은 무사히 귀국했지만 이들은 아직 수습하지 못한 1구의 시신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박성인 소방정은 "구조대원이라면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면서 "일부라도 남아서 마지막 한분까지 찾고 돌아가야 되는 것 아닌지 하는 마음이 있어서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헝가리 당국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한 분도)수습되기를 기원 한다"고 말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구조대원들은 현장에서의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김승룡 소방정은 "그동안 주로 항공기나 지진 등 재난사고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우리 국민이 당한 수난 사고라 유례가 없던 출동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필수 공통장비 외에 사고유형별로 특수 장비를 사전에 세팅해 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한 훈련이 필요하다. 장기간 활동에 대비해 구호물품 키트처럼 미리 세팅된 개인용품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소방청은 이번 국제구조대 파견을 계기로 Δ도시탐색위주로 편성된 인원 및 장비를 수난항공기 등으로 세분화 운영 Δ자국민 보호 위한 출동 예산 편성 Δ국제구조대 지휘권 강화를 위해 소방정 이상의 지휘자 편성 운영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