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세계경제 'R의 공포'… 1%대 정기예금에 44兆 뭉칫돈 몰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8 16:36

수정 2019.08.18 20:35

불확실성에 시중자금 안전자산으로 몰려
지난 석달 국민·우리·하나 등 3대은행 골드바 판매량 작년동기比 168% 급증
세계 경제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확산되고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시중자금이 정기예금, 금 등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시장금리 하락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1%대로 떨어졌지만 올해만 44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고, 일선 은행 영업점에선 골드바 판매 및 구입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지난 5~7월 3개월간 국민·우리·하나은행 등 3대 은행에서 판매된 골드바는 지난해 동기대비 168.2% 급증했다. 이처럼 위험자산에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銀 정기예금에 올해 44조원 뭉칫돈

18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체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은 712조6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정기예금 잔액이 668조4456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만 44조2270억원이 은행 정기예금으로 몰린 셈이다.


특히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도 640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7월 640조3823억원을 기록했는데 올들어 2월(9조8650억원 증가)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의 7월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143조983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조8365억원 급증했다. 우리은행의 7월 정기예금 잔액도 지난해 말 대비 11조274억원 급증한 125조592억원을, 신한은행도 올해만 10조4991억원의 자금이 유입돼 정기예금 잔액이 117조374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정기예금으로는 4조8700억원이 유입돼 규모가 124조7913억원으로 늘었고, 국민은행은 1조7622억원 증가한 129조174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은행 예금금리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1%대 초반이라는 낮은 금리에도 은행 정기예금은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대율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연초 적극적으로 예수금 확보에 나선 측면도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측면이 크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 침체의 신호탄으로 인식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년물 금리를 밑도는 역전 현상이 12년 만에 발생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와 국내 증시가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투자 보다는 돈을 묻어두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바 판매 급증...ETF 등도 주목

금에도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이달 골드바 판매 실적이 이미 7월 전체 판매량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의 8월 1~14일 판매한 골드바는 26.1㎏으로 집계됐다. 전달 국민은행이 판매한 골드바 총량이 20㎏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영업일 만에 한 달치 골드바가 팔린 셈이다. 우리은행도 같은기간 골드바가 총 24㎏ 판매됐다. 우리은행의 전달 골드바 판매량은 33.6㎏으로 10영업일 만에 전달의 70% 분량이 팔렸다. 올해 5~7월 최근 3개월간 국민·우리·하나 등 3개 은행의 골드바 판매량은 총 541㎏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1.7㎏)보다 168.2% 급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골드바에 대한 수요는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있었는데, 최근 들어 구매 관련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PB는 "골드바를 구매할 때 수수료는 물론 부가가치세 10%를 부담해야 하는 데다 이미 금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라며 "세금 등을 고려하면 향후 가격 변동성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골드바 투자는 안전자산 개념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빨리 현금화 할 수 있고 소액투자가 가능한 간접투자 상품도 주목해 볼만 하다.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금 통장은 실물 거래 없이 적금처럼 금을 적립할 수 있는 상품으로 0.01g 단위로 금을 매입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한데 다만 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도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로 1g 단위로 금에 투자할 수 있다. 매매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울러 금 선물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금 관련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소액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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