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총선 카드’로 변질된 분양가상한제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2 17:27

수정 2019.08.22 17:27

[기자수첩] ‘총선 카드’로 변질된 분양가상한제
분양가상한제는 한마디로 분양가에 상한을 매겨 그 이상의 금액으로 분양을 못하게 하는 제도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최고가를 찍는 고분양가를 막기 위해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기존 분양가를 20~30% 낮추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환영보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더 크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집값은 내려가기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수익성이 낮아지고 추가분담금 부담으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될 것이고, 이는 공급 축소로 이어진다. 새 아파트가 나오지 않으니 신축으로 쏠림은 커진다.
결국 이와 같은 가격통제로 인한 풍선효과와 왜곡된 시장의 역습이 5년 후 서울 집값 폭등을 이끌 우려가 크다. 또 분양가가 아무리 낮게 나온다 하더라도 기존 집값이 떨어지기보다는 낮아진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문재인정부가 정말로 집값을 잡을 마음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강남 집값을 잡는 방법을 수차례 이야기했다. 미국 맨해튼처럼 수십억원 하는 집을 가진 사람에게 1년에 1000만원 이상 보유세를 내게 한다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그만큼 공급은 늘어나 시장이 지금처럼 기형적으로 가격 폭등을 일으키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보유세 강화 카드를 내놓지 않았다. 재산세는 올랐지만 5억~6억 오른 아파트에 고작 100만~200만원 더 오른 수준에 그쳤다. 거래세와 양도세를 낮춰 매매를 통한 탈출구도 열어주지 않았다. 아예 거래 자체를 막아 집값을 올리지도 떨어뜨리지도 않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보유세를 올리지 못한 것은 기존 유주택자들의 표심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것은 무주택자의 표를 얻겠다는 판단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정책의 의도가 진정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정책인지, 아니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인지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결국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다.
유권자 역시 제대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kmk@fnnews.com 김민기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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