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사고 "사형선고" 교육청 "정당처분"… 첫 재판 날선 공방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3 17:26

수정 2019.08.23 17:26

자사고 지정취소 집행정지 첫 심문..자사고측 행정처분 효력정지 주장
"일반고 학생 입학땐 학교 이원화" "확정판결 나도 결국 일반고 될 것"
교육청 "취소 학교 입시만 치중" 목적 걸맞은 자사고 살리기 강조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한양대학교 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재지정 취소 철회를 촉구하는 모습.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한양대학교 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재지정 취소 철회를 촉구하는 모습.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놓고 서울시교육청과 자사고 측이 날선 공방을 펼쳤다. 자사고 측은 길게는 5년이 걸리는 본안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처분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자사고에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수명법관 김효진 판사)는 배제학당과 일주세화학원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소송의 본안 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행정처분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의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들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자사고 배재고와 세화고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점수(70점)를 넘지 못해 지난 5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지정취소 최종 확정 통보를 받았다. 이에 자사고 측은 학교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내는 한편, "처분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자사고로서 정체성을 회복할 수 없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며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정체성 사라져… 효력정지 돼야"

두 자사고의 법률대리인은 "본안소송이 앞으로 3년이 걸릴지 5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그 기간까지 일반고로 전환돼 내년부터 2022년까지 일반고 학생들이 들어오면 일반고로 전환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신입생은 일반고 학생, 재학생은 자사고 학생으로 이원화됨에 따라 학교현장에서 굉장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자사고 측은 일반고로 전환된 서울 대성고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2~3학년들 학부모들의 경우 '이게 자사고냐'며 수업료를 납부하지 않고, 기존 학생들도 전학을 가게 돼 학교운영에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며 "이는 확정판결을 받더라도 회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측은 2020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일반고 학생들이 신입생으로 들어오더라도 재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기존처럼 똑같은 교육을 받도록 보장된다"며 "학교 측면에서도 자사고와 일반고로 교육과정만 달라질 뿐, 운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재정면에서도 교육부, 서울시교육청이 10억원씩 보전해주고, 일반고로 전환되면 정부와 지자체에서 교육과정 비용이 나온다"고 반박했다.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된 근본적 이유에 대해서는 "일반고와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리인은 "이들 자사고의 기존 5년간 운영성과를 보면 '무늬만 자사고'지 똑같은 획일화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재지정 취소는 '자사고 살리기'"

자사고 측은 평가지표의 부당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문제 삼은 항목은 '교육청 재량 평가' 부분이다. 두 자사고는 지난 2014년 평가에서 해당 항목에서 각 8점대 점수를 받았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마이너스(-)대 점수를 받으면서 재지정 탈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학교 만족도' 항목은 전체 점수가 15점에서 8점으로 줄었다.

이에 대리인은 "재량 평가지표를 통해 엄청난 감점이 이뤄지도록 준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또 자사고의 중요지표이자 학생의 학교 선택권인 만족도 점수는 무려 7점이나 없애면서 불리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평가 때에는 어떤 항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 명확히 알려줬어야 학교들도 준비할 수 있는데, 이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위법도 있다"면서 "자사고에 있어 지정취소는 개인으로 보면 '사형'이라는 극형을 받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이번 재지정 취소는 '자사고 죽이기'가 아닌 '자사고 살리기'"라며 "지정목적에 맞는 자사고는 살리고, 입시교육만을 하는 자사고는 죽여야 자사고 존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맞섰다.


이날 심문에 참관한 배재고 교장은 "자사고가 귀족학교, 입시위주 학교라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교육감은 10년 동안 학교에 방문해 운영 실태를 점검한 적도 없다"며 "실체도 없는 공익이 훼손됐다는 건 정치적인 주장"이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2020년도 신입생 전형에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자사고 측의 요청에 따라 8월 중으로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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