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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혁신에 대한 편견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5 17:01

수정 2019.08.25 17:01

[차관칼럼] 혁신에 대한 편견
한 포털에서 '혁신'이란 단어로 책을 검색하면 무려 3만2159건이 나온다. 혁신도시, 기술혁신, 경영혁신 등 등 연관 키워드도 다양하다. 그만큼 혁신은 4차 산업시대의 최대 화두다. 혁신은 새롭고 창의적인 것과 일맥상통해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등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바꾸는 것이 혁신의 모든 것일까?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리고 '왜'가 아닐까?

2년 전 필자는 관세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혁신을 이야기했다. 직원들은 검사 출신으로서 관세청의 모든 것들을 완전히 뒤집고 새로운 관세행정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필자의 생각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혁신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의 관행에 젖어 해오던 대로 일을 한다면 해야 할 일을 바로 할 수 없으니 상황 변화에 따라 조직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 관세행정을 점검해보고 잘한 것은 더욱 장려하고, 만약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나가자는 것이었다.

혁신을 위해서는 먼저 그 조직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나아가 그 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처음 관세청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관세청이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물어봤다. 관세행정의 목적은 주로 신속통관과 안전 그리고 세금징수라고 했다. 신속통관이 관세행정의 목적이라니. 관세청은 누가 뭐래도 관세국경, 즉 물류의 국경이동을 통제하는 수문장 역할이 기본이다. 마약이나 총기 등 국민안전을 위협하거나, 방사성물질 등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물건의 반입을 차단하는 것이 기본임무다. 그런데 안전을 너무 강조하면 물류이동이 지체돼 국가경제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으니 신속통관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지 그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세금징수도 마찬가지다. 과거 무역은 국가수입의 주요 원천이었다. 국가가 무역을 독점하거나 일부에게만 특전으로 부여한 것이므로 특전을 받은 일부가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현재 무역은 국민의 기본 권리다. 그리고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세금은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관세는 이제 행정소요자금 마련이라는 의미보다는 국내유치산업 보호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근 관세청에서 매달 선발하는 이달의 관세인에 적극적 보세공장제도 안내로 매년 12억원 가까이 내던 세금을 안내게 해준 직원을 선발했다. 관세청을 세금징수기관으로 파악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나아가 필자는 관세를 후납하는 '발칙한' 생각도 해본다. 현재 관세는 외국으로부터 수입할 때 미리 징수하고 있다. 그런데 관세를 일반소득세 등과 같이 후납하게 하면 안 될까? 무역을 국가가 부여하는 특전으로 보았기에 관세를 선납하는 것이 당연시된 것이지 선납이 관세의 본질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이러면 국토 전체를 보세공장화하는 것으로 수출기업에는 상당한 혜택이 주어질 것이고, 최근 연속 감소하고 있는 수출감소의 한 대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혁신은 변화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왜 변해야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고, 그 왜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이고, 그 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근본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관세청은 계속 근본을 생각하며 발전해 나갈 것이다.

김영문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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