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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경제충격과 회복력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6 17:21

수정 2019.08.26 17:21

[fn논단]경제충격과 회복력
올해 태풍 소식은 여느 해보다 많다. 먼 태평양에서 발원한 태풍은 동북아로 향하면서 폭풍우를 동반한다. 바다 표면의 더운물과 바다 밑의 차가운 물을 섞어 해수면 온도를 낮추지만, 육지에 다다르면 인적·물적 피해를 준다. 그동안 태풍에 의한 자연재해를 대비하고 피해 발생 시 이를 조기에 극복하려는 노력을 축적해 왔다. 이처럼 위기를 사전에 예측해 최대한 예방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도 빠른 시간에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회복력'(resilience)이라고 한다.

한국 경제가 복합충격에 싸였다.
경기침체 속도가 너무 빠르다. 내수부진 속에 경기를 지탱해왔던 수출도 회복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조적 과제는 엄존한다.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구조 문제, 산업경쟁력 하락과 높은 특정산업 의존도, 소재·부품산업의 취약성, 신산업의 착근 지체 등 광범위하다. 더욱이 대외경제 여건은 안갯속이다. 미·중 무역마찰 장기화와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에 따른 국제분업 재편 가능성 등으로 공급충격 우려가 있다. 선진국 경기는 충분히 회복되기도 전에 냉각되는 조짐이 완연하다.

경제충격은 태풍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가져온다. 경제는 무질서 상태에서 외부충격이 가해지면 불안정해지고 예상치 못했던 질서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예컨대 통 안에 탁구공들을 바닥에, 골프공들을 그 위에 올려놓는다. 이 통을 몇 번 흔들면 골프공은 아래로, 탁구공은 위로 올라간다. 복잡계경제학 개척자인 미국의 폴 크루그먼이 '자기 조직의 경제(2002)'란 저서에서 밝혔던 바다. 그간 불합리하거나 불안정 요인으로 지목됐던 정책들이 정리되는 계기가 된다.

이와 함께 경제충격은 불확실성을 높인다. 다양한 충격이 이어지면 지속기간과 파장을 예측하기 어려워 미래의 불확실성이 증가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소비나 투자를 이연시키는 경제주체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하게 유발된다. 불확실성 충격이 장기화될수록 경기부진은 심화되며 결국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다.

경제충격을 극복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조건은 무엇일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고츠 교수 등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국 내 각주의 대응을 비교분석해 어떻게 고용과 성장률 하락을 줄이고 빨리 회복할 수 있었는지 연구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숙련인력 비중이 높을수록, 혁신과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주일수록 높은 회복력을 나타냈다. 또한 각 산업이 다양하게 연결된 복잡성의 정도가 높거나 업종이 다양한 주일수록 회복력이 높았다. 주요 정책과제로 기업가정신 고양, 직업훈련 강화, 산업의 복잡성과 다양성 추구가 제기됐다.

경제충격을 극복하려면 다양한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수요위축 완화를 위해 통화재정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고, 충격을 경제체질 혁신 촉매제로 활용해야 한다. 공공제도의 질을 높이고, 노동과 제품시장의 기능을 향상해야 한다.
특히 시장가격이 수급불균형 예고기능을 잘 유지하게 규제의 손길을 자제해야 한다. 구조적 문제에 대한 기존 정책을 재점검하고 보정해 정책효과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산업생태계가 다양화·중층화되도록 하고, 구조조정도 촉구해 투자분위기 성숙을 꾀해야 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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