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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미동맹 금 가는 소리 걱정스럽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9 17:51

수정 2019.08.29 17:51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미 관계에 이상기류가 번지고 있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미국 정부가 한국의 이번 결정에 공개적으로 실망과 우려를 표시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다. 미국 대사를 사실상 초치한 뒤 항의 내용을 공개하는 일은 매우 드문 사례다. 한·일 갈등의 불똥이 예기치 않게 한·미 동맹으로 튀고 있는 불길한 징후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는 한·미 동맹과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안이하다 못해 공허한 입장으로 비친다.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해 "실망했다"(폼페이오 국무장관)며 누차 재고를 요구한 터라서다. 심지어 미국은 우리의 독도방어훈련에 대해서도 "비생산적"이라고 하지 않았나. 외교부가 해리스 대사에게 뒤늦게 이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독도를 '국제 분쟁 지대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든 꼴이다.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를 내친 대가치곤 참담한 결과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9일 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한 질문에 "한·일 양측에 실망했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다시 거론해 파열음이 더 커진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문재인정부는 전방위적 외교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과는 과거사·무역 복합갈등으로 '졸혼' 일보 직전인 데다 북한도 연일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사드보복을 풀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 러시아 군용기도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이런 마당에 혈맹인 미국과 상호불신의 골이 더 깊어져선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의 가치도 비용 문제로 접근하려는 판이다. 자칫 이로 인해 일각의 우려대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대폭 인상 등 '트럼프 리스크'가 가시화하면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부가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으려면 지소미아 연장을 포함, 한 ·미 동맹의 토대부터 다시 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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