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황 대표에게 책임지고 보수통합을 이끌라는 중지가 모아진 셈이다.
이로써 황 대표는 그동안의 검증과는 차원이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일단 당신이 해봐라. 그 대신 못하면 끝이다.' 딱 이런 상황이다.
황 대표는 먼저 자신부터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최근 보수통합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우리가 같이 내려놔야 된다. 내려놓지 않고선 통합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것들은 추후 협의 과정에서 이뤄질 것이라 말을 아꼈지만 황 대표가 말하는 '내려놓는 것'은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로 좁혀진다는 게 한국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적어도 비례대표로 이름을 걸어놓는 방안은 배제될 듯하다. 대권이 목표인 황 대표로서도 굳이 의원 배지 한번 달아보는 게 의미는 없을 것이다.
다만 황 대표가 이제 막 통합에 시동을 걸고 있으나, 추진력은 좀체 살아날 기미가 없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 보수진영에서도 다른 스펙트럼을 가진 인사들이 한곳에 뭉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앙금이 쌓인 친박계 중진과 비박계 중진이 의기투합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도 황 대표의 기득권 포기 제안이 보수진영 인사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위기 신호로 읽힌다.
최근 들어 많은 정계 인사들을 만난 황 대표는 이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유우파 정당들이 나뉘어 있는데 그 정당들의 리더나 구성원이 내려놓지를 못해 통합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는 유 전 대표와 조 대표 등 주요 인사는 물론 당내 중진 의원들을 겨냥, 에둘러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은 듯하다.
상황이 이렇자 당 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당 일각에선 시뮬레이션 결과 현 상황을 유지한 채 내년 총선을 치를 경우 70석을 밑도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작은 이슈에도 흔들리는 예민한 수도권에서 한국당이 참패하는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만 선전하는 'TK 자민련'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대구에 기반을 둔 유승민 전 대표의 서울 출마, 한국당 중진들의 험지 출마, 불출마 선언 등 자기 희생을 수반한 기득권 포기는 내년 총선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 대표의 보수통합 추진이 실패한다면 결과적으로 보수통합은 내년 총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살아남은 사람끼리 보수통합을 하자고 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보수진영의 인적 물갈이는 이뤄질 수도 있다. 물론 규모는 작겠지만 말이다. 그때 가선 아마 한국당이 보수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는 명분으로 헤쳐모일 수도 있다.
모두 가정이다. 일단 현재 보수진영에서 힘을 실어준 황 대표가 기득권 포기 카드로 이번에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단순한 반문재인 연대 움직임만으로는 총선에서 선전하기 힘들 듯하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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