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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to. 신임 금융위원장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1 16:45

수정 2019.09.01 18:52

[윤중로] to. 신임 금융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이르면 이번주 취임식을 앞두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우리라 생각한다.

지난주 청문회에서 많은 정책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사실상 '조국 청문회' 전초전 양상을 보이면서 충분한 얘기를 하지 못했으리라 미루어 짐작해 본다. 하지만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의혹 해결이 첫 번째 과제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자유한국당을 비롯, 많은 의원들로부터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 투기 의혹에 대해 집중 포화를 맞았지만 "아직 불법을 말하기엔 이르고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말로 일관했다. 다만 "이면계약이 있다면, 조 후보자 가족이 사모펀드 운영에 개입했다면 불법"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조 후보자 측이 10억5000만원 투자 의사를 갖고도 약정액 74억5500만원으로 약정서를 쓴 게 사실이라면 이면계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은 후보자의 임기는 당장 2일부터 열리는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와 함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모든 관심이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 투기 의혹에 쏠려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임기 초반부터 난항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이미 검찰이 조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 해소를 위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를 본격화한 만큼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의혹 해소에 나서겠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은 후보자에 대한 첫 번째 평가과제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반면 은 후보자는 최근 문제가 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에 대해선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시 판매자는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우리·하나은행은 만 70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한 DLF 잔액이 1761억원으로 전체 가입잔액의 28%를 넘고, 전체 가입자 중 만 70세 이상 고령가입자 수가 655명으로 가입자 5명 중 1명꼴로 평균 가입액은 1인당 2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숫자만 놓고보면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불완전판매 소지가 높아 보인다.

그러나 나이만 가지고 이를 불완전판매로 속단하고 은행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금융권에선 DLF 투자자의 대부분은 고액자산가들로 최소 절반 이상은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면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충분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투자했음에도 이번 기회를 악용해 손해를 만회하려는 투자자는 걸러내야 한다.


오히려 DLF사태로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키코(KIKO)'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구제를 위해 은 후보자가 적극 나서주기를 당부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달리 은 후보자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대한 객관적인 조정안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소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은행들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 5월 이후 계속 연기된 분조위 결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하루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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