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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커지는 'R의 공포', 적극적 경기대응 나서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1 16:45

수정 2019.09.01 18:52

李총재 금리 추가인하 시사
민간투자 유인책도 마련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R(경기침체)의 공포'가 부쩍 늘어나는 게 작금의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지난 8월 30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말고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일부 유로존 국가의 포퓰리즘 정책, 일부 신흥국 금융위기 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통화위원회도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추가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열흘 전까지만 해도 한은의 경기판단은 달랐다.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공포 운운'할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난 직후인 지난달 22일 이 총재의 국회 답변 내용은 이렇지 않았다. 'R의 공포'와 관련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했다. 미국 경제와 세계 및 한국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불과 열흘 만에 크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한은은 이미 지난 7월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춰 잡았다. 낙폭이 0.3%포인트로 2015년 7월(-0.3%포인트) 이후 4년 만에 최대였다. 그럼에도 두 달도 안돼 추가 하향조정을 시사했다. 이는 국내외 경제의 동반침체가 몰고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는 수출과 투자 모두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게다가 대외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국내외 예측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지금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이 총재의 발언과 금통위의 정책방향 등을 종합해 볼 때 한은의 경기판단이 '우려' 단계에서 '심각한 우려' 단계로 바뀌었다. 판단이 달라졌으면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때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올 수 있다. 경기추락을 저지하기 위해 통화·재정 가리지 말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물경기 급락을 예고하면서 대응을 유보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여력이 있다고 했다. 지나친 신중 모드로 가다가 정책을 실기하는 일이 없도록 신속히 금리 추가인하에 나서주기 바란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513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복지보다는 생산성을 높이는 분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국회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민간투자다.
기업 투자를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유인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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