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항공업황도 안좋은데 너무 비싸" 10대그룹 모두 외면했다[새주인 찾는 아시아나]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3 17:44

수정 2019.09.03 19:33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660%..재무구조 부실한데 인수대금 2兆
애경·KCGI·미래에셋 부상 속 금호산업측 "입찰한 곳 더 있다"
제2의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이 그동안 쏟아진 안팎의 관심에 비해서는 싱겁게 끝났다. SK·GS·한화 등 매각 발표 이후 거론돼온 주요 그룹들은 모두 불참했다. 그나마 마지막 순간 미래에셋대우가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흥행참패는 면했다. 시장에선 녹록지 않은 항공업황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한 재무구조에 비해 인수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유력후보 모두 "불참"

금호산업 관계자는 3일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 결과에 대해 "애경그룹, KCGI,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 외에도 예비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몇 곳이 더 있다"며 매각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의 예상처럼 3파전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앞서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온 이후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언급되던 SK, 한화, GS 등 주요 기업들은 모두 불참했다. 또 투자은행(IB)업계에서 언급되던 CJ, 신세계, 호텔신라, 현대백화점 등도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언급될 때마다 손사래를 친 건 매각가를 낮추기 위해서일 뿐 막상 뚜껑을 열면 경쟁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던 일각의 전망도 무색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도 유력후보들의 불참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미래에셋대우가 참여해 체면을 살렸다. 다만 금융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분 분리)법 탓에 아시아나항공을 직접 인수할 수 없다. 대신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할 수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래에셋대우가 자금을 지원하면 전략적투자자(SI)가 경영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구체적으론 밝힐 수 없다는 게 미래에셋대우측 입장이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해당 컨소시엄의 대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유동성은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6월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1772억원이다. 단기금융상품 4542억원을 더하면 약 1조6000억원 현금 동원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애경그룹도 참여했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 업체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 측은 항공사 경영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한진칼의 2대주주인 사모펀드 KCGI도 다양한 FI들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다만 금호산업이 "더 있다"고 언급한 기업이 어디인지 여부가 이번 인수전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높은 부채비율과 비싼 가격"

이번 인수전의 흥행이 실패한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와 그에 비해 비싼 가격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매각 결정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힘써왔다. 지난 6월 27일 임시주총을 통해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수혈을 위한 정관변경 등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발행주식수가 4억주에서 6억주로, 전환사채(CB) 발행한도도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늘었다. 신용등급이 개선되면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빚이 많다. 올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598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660%다. 아시아나가 보유한 항공기 85대 중 19대를 제외한 대부분이 리스(임대) 항공기란 점도 걸림돌이다. 여기에 올 들어 크게 위축된 항공산업을 감안하면 이를 상쇄할 뾰족한 수도 마땅찮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단거리 노선에선 LCC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장거리에선 여전히 대한항공에 밀리는 상황이다.

반면 인수가격은 만만찮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1%)와 아시아나항공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한 신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구주 인수대금은 약 4500억원으로 신주 발행액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1조원 이상 인수대금이 필요하다.
향후 투자금액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자한 5000억원까지 감안하면 매각대금은 약 2조원에 육박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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