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예산 증가는 불가피하다. 저성장 기조 속에 청년실업률은 10% 안팎을 맴돈다. 체감실업률은 더 높다. 시장이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할 땐 정부가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 오는 10월부턴 실직자 구직급여를 더 많이, 더 길게 주기로 했다. 평균임금의 60%를 최대 270일까지 준다. 허술한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찮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예산을 써선 안 된다. 정부도 돈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5월 고용부는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을 평가한 뒤 개선안을 내놨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히 통합 또는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성과가 부진한 직접일자리사업에 일몰제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내년 일자리예산에 이 같은 의지가 충실히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고용부는 내년에 저성과·중복사업 4개를 폐지하고 유사·중복사업 4개를 2개로 통합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사업수를 보면 올해 165개에서 내년엔 168개로 되레 3개 늘었다. 통폐합하는 사업보다 새로 만든 사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 따로 없다.
해마다 일자리예산으로 수십조원을 쓰지만 고용지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부처별 이기주의도 한몫하는 것 같다. 구직급여를 더 많이 더 오래 주려면 기업·근로자가 반반씩 내는 고용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비율을 현행 1.3%에서 1.6%로 높이려 한다. 그 전에 일자리예산 가운데 허투루 쓰는 돈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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