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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윤중로]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대다수 직장인이 국민연금과 함께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퇴직연금 얘기다.

지난 2005년 말 도입된 퇴직연금은 퇴직급여(퇴직금)를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에 맡기고, 회사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한 후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제 회사에서 주는 대로 '퇴직금'을 받던 과거와는 180도 달라졌다. '본인이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퇴직연금을) 얼마나 받을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현실은 기대와 저 멀리 떨어져 있다.

이번 추석에 고향을 찾아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40대 후반으로 노후를 걱정할 나이인 만큼 국민연금이 먼저 술안주로 올라왔다. "10년 후면 재정이 바닥이라더라" "받을 수 있느냐" "나라에서 책임질 거다"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이 운용해야 하는 퇴직연금이 안주로 올라오자 일제히 '깜깜한' 가을 하늘을 쳐다봤다. 죄다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보다 못하다고 푸념이 터져나왔다. 그나마 자리를 함께한 6명 가운데 최근 3년 안에 운용상품을 바꿔본 사람은 딱 한 명, 보험회사에 다니는 친구였다.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10년이 넘도록 저조한 수익률을 바라보면서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바빠서"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등 이유도 제각각이다.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은 1.01%에 불과하다. 1000만원으로 1년 동안 겨우 10만1000원을 번 셈이다. 물가상승률과 수수료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최근 5년으로 기간을 넓혀봐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1.9%, 국민연금(4.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최소 4~5%는 나올 수 있도록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회사(근로자)가 정한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기존 계약형 제도와 달리 확정급여(DB)형이나 확정기여(DC)형 모두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 '기금운용위원회'를 설립해 결정한다. 기금형을 도입한 미국과 호주는 최근 5년간(2013~2017) 퇴직연금 수익률이 각각 연평균 8.6%, 9.2%를 기록했다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다.

여기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개인의 전문성 결여와 시간 부족에 따른 운용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폴트옵션은 DC형 상품에서 투자자가 별도 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회사가 임의적으로 금융상품을 선택해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미국의 경우 수익률 측면에서 디폴트옵션이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을 대하는 태도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운용의 주도권이 금융회사로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주머니 속 목돈을 들여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에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면서 10년, 20년을 부어야 하는 퇴직연금에는 왜 이리 무관심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내 노후는 내가 지키는 게 어떨까.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