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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박용만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9 17:37

수정 2019.09.19 17:37

조국 블랙홀에 민생 뒷전
벤처·혁신법안 처리 시급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18일 조국 사태로 정기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가운데 정치권을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 회장은 "정치권에 경제 이슈 논의가 실종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민생과 경제보다 더 중요한 정치·사회 이슈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부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이슈만큼은 10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벤처와 신사업 분야 계류법안 중 쟁점 없는 법안들만이라도 우선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8·9 개각' 발표 이후 조국 후보자의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빚어진 여야의 충돌이 40일을 넘고 있다.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과, 조국 지키기에 나선 여당이 타협 없는 총력전을 펴고 있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경제·민생 현안들이 '조국 블랙홀'에 빨려들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민생을 돌봐야 할 책임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당파적 이익추구에만 매몰돼 있다. 그 결과 국정의 중심인 국회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오죽하면 박 회장이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 같다"고 했겠는가.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은 심상찮다. 총력대응을 해도 헤쳐나가기 쉽지 않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동반침체에 빠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악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출과 투자 부진에 이어 지난달에는 소비자물가가 5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디플레(지속적인 물가하락으로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 위험에 대한 경계경보가 울리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미국 뉴욕시립대)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국은행이 제로 금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로 금리라는 극단적 정책까지 거론되는 것이 현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정치권이 정권 다툼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조국 문제는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체제의 검찰이 정권에 아부하기 위해 위법을 눈감아주는 식의 수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여든 야든 이제는 정쟁을 멈춰야 한다.
정치권이 오는 26일부터 정기국회 일정을 재개하기로 했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다. 정기국회는 예산을 다루는 국회다.
하루빨리 정상화해 경제와 민생 돌보기에 나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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