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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성난 부동산 민심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9 17:37

수정 2019.09.19 17:37

[윤중로]성난 부동산 민심
"끝없이 오르는 서울 부동산가격을 단번에 잡을 수 있는 비법이 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부동산전문가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 문재인정부가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내놔도 못 잡는, 아니 오히려 더 오르고 있는 현 상황을 단번에 정리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환히 웃었다. 물론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아니지만 어떤 비법인지 궁금했다.

"단순합니다. 정부의 수많은 부동산대책을 싹 폐기해 버리고 이 비법만 쓰면 됩니다. 바로 '장기보유특별세금'을 징수하는 겁니다.
"

누구다 다 알듯이 '장기보유특별세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법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만 있다.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면 보유할수록 양도차익을 깎아주는 제도다. 1가구 1주택은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한다. 2~3채가 있더라도 나머지 주택에 대해서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최대 30%까지 공제한다.

"현재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거래를 막는 정책입니다. 거래를 터줘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어요. 매물 잠김 현상을 가져오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주택 임대사업자등록 혜택 등을 당장 폐기하고 강제로라도 매물이 시장에 돌게 만들어야 합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빗대 말한 장기보유특별세는 말 그대로 '농담'이지만 그 단어에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답답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서민들은 내집 마련이 좀 더 쉬워질 줄 알았다. 박근혜정부 당시 최경환 부총리는 각종 부동산규제를 완화해 이른바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에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기대와 달리 집값은 폭등했다. 참여정부 때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수천만원이 올랐다'는 전설(?)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문재인정부의 뜻과 달리 부동산시장이 폭등하고 있는 것은 시장과 싸워 이기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가 시장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장의 역습은 시작된다. 내놓은 부동산정책마다 시장에 악재가 되기보다는 호재로 둔갑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5월 정부 3기 신도시로 경기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을 추가 지정했지만 집값이 떨어지기는커녕 강남 대체지가 되지 않는다며 강남권 집값 상승을 더욱 자극했다. 8월 중순 발표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방침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신규공급 위축 우려로 신축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발표할 때마다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니 신기할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수요 억제보다는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출을 막아 수요 억제책을 내놓으니 이른바 현금 부자만 신나는 상황이 됐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화해서 신규공급의 물꼬를 터야 한다. 임대아파트 추가 건립 등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용적률을 대폭 높이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초기,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부동산 불법거래 합동단속을 위해 현장을 자주 찾았다.
또 가격담합 등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부동산 카페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요즘은 이런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시장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시장의 역습을 당하는 현 상황을 보니 정부가 부동산 카페라도 들여다보면서 현재 부동산 민심을 살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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