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고양시 80대 여배우 4명 ‘자서전’ 25일 선봬

강근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2 22:25

수정 2019.09.22 22:25

고양시 가좌도서관 ‘몸으로 쓰는 자서전’ 포스터.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 가좌도서관 ‘몸으로 쓰는 자서전’ 포스터. 사진제공=고양시


[고양=파이낸셜뉴스 강근주 기자] 매주 화요일 오전 9시면 고양시 가좌도서관에서 조금은 요란한 인기척과 말소리가 감지된다.

“떴다! 여배우, 떴다! 여배우~.”

“여배우~”라는 노래 가사에 솔깃해 강의실 문을 열어보면 할머니들 모습에 ‘급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내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다. 무대에 오른 몇몇 할머니, 게다가 춤과 노래라니!

자칭 “여배우!”라고 부르는 할머니들이 오는 25일 수요일 오후 2시에 있을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공연 이름은 <떴다, 여배우-몸으로 쓰는 자서전>으로 7월2일부터 12주 간 진행된 자전극 클래스 ‘몸으로 쓰는 자서전’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리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기업진흥원 육성사업에 선정된 창업팀 ㈜더조이플러스와 고양시립가좌도서관 협업으로 이뤄진다.
공연에는 80대 여성 4명이 출연한다. “겨우~”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한데, 80대 고령자 상황을 감안하면 4명도 감지덕지다.

참가자 명단에는 원래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매주 수업 때마다 병원 진료, 건강 문제, 체력 저하 등으로 결석자가 속출했고, 집안 사정이나 고질적인 질환으로 하차를 거듭하더니 이제 4명만 남았다. 이들 4명은 이제 85세 ‘왕언니’ 어분순 여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자매애(姉妹愛) 못지않은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

이번 공연은 참가자 유년시절을 연극으로 표현한 1부 ‘유년의 기억’, 동네 미용실을 배경으로 행복했던 시절을 다룬 2부 ‘어떤 봄날’, 그리고 현재 모습을 조명해 보는 3부 ‘지금 이 순간’ 등 3개 구성으로 진행된다. 공연 시작과 끝은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떴다, 여배우’와 ‘나이야, 가라’ 등 2곡에 맞춰 참가자의 춤과 노래가 펼쳐진다.

“이제 화요일엔 어디로 가나, 벌써부터 걱정이예요~”(최도희, 83세)

“젊었을 때 꿈이 배우였는데, 여기서 꿈을 이뤘네요”(최숙자, 84세)

“친구 따라 얼떨결에 왔다가 호강 많이 했어요”(김수진, 84세)

할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프로그램이 끝나는 걸 아쉬워한다. 노인 대상 복지프로그램이 많지만 대부분 건강과 체육 중심이고 노래-연주-미술 등 단편적인 예술체험 방식이다.
이번처럼 다양한 예술 장르를 경험하고, 공연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프로그램은 드문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를 잊은 80대 여배우들이 춤과 노래, 연기로 풀어내는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몸으로 쓰는 자서전’ 공연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공연은 오는 25일 오후 2시 고양시립가좌도서관 4층 시청각실에서 열린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