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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손 털엇수다"…'가을장마·링링·타파' 3연타에 결국 재배 포기

뉴스1

입력 2019.09.23 15:47

수정 2019.09.23 15:59

2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의 한 당근 밭에 제17호 태풍 '타파(TAPAH)'에 휩쓸린 당근 싹이 나뒹굴고 있다. 2019.9.23 /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2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의 한 당근 밭에 제17호 태풍 '타파(TAPAH)'에 휩쓸린 당근 싹이 나뒹굴고 있다. 2019.9.23 /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2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의 한 당근 밭에서 한 농민이 가을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로 텅 빈 밭을 바라보고 있다. 2019.9.23 /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2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의 한 당근 밭에서 한 농민이 가을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로 텅 빈 밭을 바라보고 있다. 2019.9.23 /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더 이상은… 난 손 털엇수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져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는 절기상 추분(秋分)인 23일 오전 국내 최대 당근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의 한 당근밭.

전날 몰아친 제17호 태풍 '타파(TAPAH)'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듯 여전히 쌀쌀한 바람과 함께 가랑비가 내리다 그치길 반복하는 궂은 날씨에도 오삼웅씨(73)는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지난 7월 말 파종돼 이맘때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이파리를 뽐내고 있어야 할 당근 싹들이 모조리 축축한 밭 위로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숙이던 오씨는 팔짱을 끼며 굳은 표정으로 "폐작"이라는 말만 거듭했다.

이달 초 연이어 몰아친 가을장마와 태풍 '링링(LINGLING)'으로 당근싹이 절반 이상 유실된 데다 전날 맞닥뜨린 태풍 '타파'로 그나마 살아남은 당근을 키워봐도 내다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씨는 "한두 번도 아니고 이번 달에만 3연타"라며 "날이 맑아지던 추석 전후로 다시 파종하고, 다시 약을 치면서 밭을 애지중지 보살폈는데 결국에는 이렇게 돼 버렸다. 정말 하늘이 무너진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일 것"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이 일대에서 당근밭 6만6100㎡(2만평)를 일구고 있는 오씨는 전체 밭 80% 이상이 폐작된 것으로 보고 내년을 기약하며 조만간 재해보험금 수급 여부 등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는 비단 오씨만의 상황이 아니다.

이미 구좌읍사무소와 구좌농협에는 가을장마와 태풍 '링링'으로 인한 피해로 모두 70~80건의 폐작(휴경)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읍사무소와 농협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타파'로 인한 피해까지 더해지면서 앞으로 추가 신고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10월 1일까지 읍·면·동을 통해 피해신고를 접수한 뒤 휴경 농가에 1㏊당 300여 만원의 특별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가 동일 작물을 다시 파종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휴경할 경우에도 1인당 300여 만원의 경작불능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가을장마와 태풍 링링, 태풍 타파로 여느 때보다 큰 재해를 입은 농가들에게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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