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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조국 수사, 검찰에 맡기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4 17:21

수정 2019.09.24 17:21

[여의나루]조국 수사, 검찰에 맡기자
몰래카메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개그맨 이경규. 1992년에 그가 야심차게 제작, 감독, 주연을 맡은 한 편의 영화 '복수혈전'이 개봉됐다. 어릴 때부터 이소룡의 팬인지라 제대로 된 무술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결과는 흥행참패였다. 큰 웃음을 기대하며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너무나 진지하게 등장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외면과 내면의 차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과연 겉과 속이 똑같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단언컨대 필자는 아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면 이는 신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타인의 잘못에 쉽게 돌을 던지지 못하면서 살아간다.

최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논란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평소 정의롭고 개혁적이었던 이미지와 차이나는 삶의 방식에 국민이 크게 실망한 것이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동일하다. 과거 검찰이 보여왔던 행동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검찰개혁을 방해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받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는 당연한 것이다. 이 사건은 검찰이 자발적으로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고발에 의해 시작됐다. 여러 건의 고발장이 접수됐는데도 정치적 사안이라고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정치적일 수 있다. 청문회 종료 직전에 장관 부인을 기소한 것 역시, 만일 그대로 공소시효를 넘겼다면 새로운 정치공세가 시작됐을 것이다.

개인의 입시비리에 사용된 문서위조나 재산증식에 특수부 검사가 20명 이상 투입돼 먼지떨이식 수사를 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란도 있다. 일반 기업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별건이나 여죄 수사를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국가의 정의를 수호하는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수사라면 다르다. 나중에 다시 수사를 해도 동일한 결론이 나올 정도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정의로운 검찰권 행사의 사례로 1976년 동경지검 특수부의 다나카 전 일본 총리 구속을 들고 있다. 우리 검찰도 그런 추상같은 정의를 보여달라고 주문해 왔고, 그러지 못한 채 죽은 권력에만 칼을 꼽는 행태에 실망했다. 검찰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살아있는 권력에 복종하지 말고 독립하여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것이다.

이번 수사는 검찰 스스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의심 없이 정당한 수사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사를 압박하는 구태를 개혁하는 시험대다. 압수수색은 검찰이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검찰을 흔들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

수사 결과에 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하지만, 수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인사권으로 보복하면 안된다. "복수를 하려는 자, 두 개의 관을 준비하라. 하나는 너의 것이다.
" 공자가 한 말로 논어에 있다고 인터넷에 그럴듯하게 떠돌지만 막상 찾아보니 없다. 하지만 너무 가슴에 와닿아 소개한다.
배신당했다고 섣불리 복수하려 하지 마라. 과녁이 아닌 허공을 향해 쏘아올린 복수의 화살은 되돌아서 자신의 심장을 관통할 수 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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