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첫 번째 간담회는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중기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의 지역회관을 확보해달라는 등 떼쓰기에 가까운 건의들이 난무했다. 박 장관이 "공제회를 만들어준 것 자체가 혜택"이라며 "은행을 허가해줬더니 점포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중기중앙회장이 해결하라"고 할 정도였다.
박 장관은 또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중기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솔직히 말하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옹호했다. 검토해보겠다며 적당히 넘어가는 장관들과는 달랐다.
박 장관을 경험한 중기업계는 한층 진지해졌다. 중기부도 준비가 돼 있었다. 업계 건의에 대해 즉각 피드백을 했고 업계가 잘못 알고 있는 정보를 바로 잡기도 했다. 서정대 대구경북농자재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중소기업 협동화자금이 최근 신성장 자금으로 포괄돼 금방 소진된다. 최소 50억원이상 별도로 배정해달라"로 건의하자 박 장관은 "협동화자금은 지금도 별도로 배정돼있다. 오히려 배정된 500억원 중 67억원만 집행된 상황"이라며 "충분히 신청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간담을 주재하던 김기문 회장은 "그런 건 미리 알아봐야지 다른 건의사항도 많은데"라고 타박(?)했다.
중기업계는 첫 토론회의 중구난방식 질문에서 벗어나 기술상생·자금·판로·규제·개별과제 5개 카테고리로 건의를 정리했다. 장관 간담회에서 건의한 내용이 현장에 적용된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간담회 건의사항 19건 중 6건을 처리완료했고 나머지 건의사항도 추진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우선 과제로 지적됐던 중기협동조합 공동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담합 적용 대상에서 배제해달라는 의견은 중기협동조합법 개정으로 이어졌고 시행령 마련을 앞두고 있다.
박 장관은 내년 중기부 예산을 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AI)을 의미하는 DNA에 쓰겠다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김기문 회장은 "박 장관이 신조어를 만들었다. 중기 정책이나 현장에 대한 부분을 저보다 훨씬 잘 아는 것 같다"며 "예산안이 통과되면 직접 중기 업계를 대상으로 정부 지원책을 강연한다고 하니 기대하겠다"며 추켜세웠다. 업계뿐아니라 박 장관과 중기업계 간에도 상생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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